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발언을 기폭제로 정치권이 이념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전 총재의 ‘좌파적 정권’ 발언에 대응하는 정부ㆍ여당, 그리고 이 전 총재로부터 ‘급진세력’으로 평가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장 들고 일어났고 한나라당내 진보성향의 의원들도 발끈하고 있다.여기에다 기왕에 치열한 공방을 계속해온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 간의 민주당내 이념논쟁이 있다. 또 자민련도 이 전 총재를 향해 “우파적 정체를 밝히라”고 나섰다. 가히 전방위적인, 서로가 서로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방 이후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용공’이나 ‘좌파’라는 말은 마치 조선시대의 ‘사문난적’(斯文亂賊)과 같았다. 오직 반공 이데올로기 만이 ‘유일 이념’으로 공인 받던 시절에 용공이나 좌파로 몰리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바로 매카시즘이 횡행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땅에는 ‘역(逆)매카시즘’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상대의 주장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색깔론’ ‘시대역행적 태도’ 등으로 맞받아치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의 억눌림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공정한 토론을 저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작금의 이념논쟁이 더욱 세련되게, 그리고 심도 있는 방향으로 활성화할 것을 기대한다. 더 이상 이념논쟁은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저급한 비방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일 것으로 믿는다.
모든 당사자들이 토론의 장으로 나와 정책적 이슈를 놓고 하나하나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특히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해서 유권자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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