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인류에게 닥쳐올 재앙은 땅 위의 지진이 아니라 인구 구조의 지각변동에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세계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가 인류의 생활 양식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몰고 올 조짐이다.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넘어설 만큼 노령화가 진전되면서 노인복지 문제뿐 아니라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는 등 지구촌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게 되는 유엔의 제2차 노령화 세계 총회는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심각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구가 늙어간다
유엔 인구국이 2차 세계 총회에 제출하게 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명 당 1명 꼴인 60세 이상 노인은 2050년에는 5명 당 1명 꼴인 20억 명으로 늘어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 인구가 어린이(15세 이하) 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다음 세기 중반인 2150년쯤에는 60세 이상 노인이 세계 인구의 3명 중 1명꼴(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의 평균 연령이 26세에서 36세로 늘어난다.
▼심각한 출산 기피
노령화는 의학 발달에 따른 인간 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감소 때문이다. 인간 기대수명은 195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 66세가 됐다.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출산율 저하는 일본과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한 여성 당 2.1명 이하로 떨어져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1.2명에 불과하다. 출산율 저하는 더 이상 선진국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개도국 국가들도 출산율이 여성 1명당 2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산아 정책의 영향보다는 여성의 사회참여와 피임기술의 발달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분석하고 있다. 브라질은 국가차원의 가족계획 정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50년 사이 출산율이 6.15명에서 2.27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중국도 출산율이 인구 정체 단계인 여성당 1.8명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노령화,경제의 약인가 독인가
인구 노령화는 취업구조의 고령화와 연금 수요의 확대 등으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실제로 일본은 전체 인구의 24%에 이르는 노령화가 장기 침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출산 장려를 국가적 사업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일자)는 선진국에서는 인구 노령화가 짐이 되고 있지만 개도국에서는 경제발전의 약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피라미드의 중간부터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과 의료보험 시스템에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일본과 유럽과는 달리 개도국에서는 인구 피라미드의 밑부분에서부터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는 많고 상대적으로 일할 사람은 적은 전통적인 인구 피라미드 구조 하에서는 인구성장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 높은 출산율 하에서는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저축률과 투자도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베이비붐 세대는 이 같은 인구 구조의 벽을 깨뜨리면서 지나갈 수 있다. 이 경우 취업인구의 수적 우위가 어린이와 노인 등에 대한 부양 능력을 압도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끌어가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가 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196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65년과 90년 사이에 부양가족 수에 비해 취업인구가 3배 반 이상 증가했다.
미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인 데비드 블룸과 제프리 윌리엄슨 박사는 동아시아가 이 같은 ‘인구통계학의 선물’을 바탕으로 경제 기적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최근 ‘아시아가 깨어나다’라는 기사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 출발한 소비 증가를 통해 새로운 경제 회복의 유형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유엔 노령화 총회란
노령화에 관한 세계 총회는 유엔 주최로 198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열렸다.
이번에 20년 만에 두번째 회의다.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노령화 문제에 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연금제도와 주택, 건강 등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정보교류와 협력체제를 강화하자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150개국이 참가하게 될 이번 마드리드 총회는 1차 대회에서 채택한 고령화 국제행동계획에 대한 각국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행동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특히 이번 총회는 급격한 인구변화와 개발의 과제를 안고 있는 개도국의 노령화 문제가 집중 논의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