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에서 입장수입을 늘리려고 개발한 교묘한 기법 세 가지가 있다.첫째는, 입장권을 낱장으로 파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여러 장을 파는 것이 낫다고 착상한 시즌티켓을 들 수 있다.
5,000원짜리 입장권을 50명에게 1장씩 팔 때와 50장을 한 명에게 팔 때 들어오는 수입은 같지만 전자의 경우 팔고 사는 사람간에 50차례의 접촉이 필요하다. 또 접촉과정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면 여러 개의 매표창구를 열어야 하고 창구마다 매표원을 앉혀야 한다.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한 명에게 다량을 팔 때보다 상당한 비용이 추가된다.
전경기 입장권을 묶어 파는 시즌티켓의 장점은 이 뿐만 아니다. 만일 25만원짜리 시즌티켓을 1,000명에게 팔았다고 가정하면 현금 2억5,000만원이 일시에 들어와 이자수입까지 기대할 수 있다. 1877년 시즌티켓이 처음 발매된 이후 미국 프로구단들이 선수나 감독까지 동원, 시즌티켓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둘째는, 인기구단의 시즌티켓을 구입하려면 몇 년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이번에는 어떤 머리 좋은 사람이 시즌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까지 팔기 시작했다.
좌석 라이센스로 불리는 이 권리는 구입자가 영구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양도도 가능하다. 한번에 거금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재원조달 수단으로 요긴하게 활용된다.
미 프로풋볼리그(NFL)의 캐롤라이나 팬더스구단은 이 권리를 팔아 무려 1,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일시에 조달했다. NFL구단 중에서는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34년 전에 이 기법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는, 초특급 귀빈석을 설치해 보통 팬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비싼 티켓을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법이다.
스위트석으로 불리는 여기는 12명 내지 30명이 융단 깔린 안락한 좌석에서 온갖 서비스를 받으며 관전할 수 있는 곳이다. 종목이나 팀 인기도, 시설 등에 따라 가격대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1실 당 4억5,000만원대가 미국에서는 최고급으로 꼽힌다.
국내 입장권 가격으로 치자면 5,000원짜리 입장권을 9만명에게 팔아야 생기는 돈을 방 한칸에서 버는 셈이다. 이 수입은 다른 입장권 판매수입과 달리 원정팀에게는 분배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알짜배기다.
간단한 아이디어들이지만 국내 프로구단으로서는 도입이 쉽지 않은 그림의 떡 일뿐이다. 국내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의 품질이 지금보다 몇 단계는 올라가고 경기장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희윤 ㈜케이보스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