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주민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지는 몰랐어요.”4일 동네 정원 ‘열린 쉼터’를 가꾸기 위해 모여든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속칭 ‘해방촌’ 주민들의 말이다.
이들은 100여평 남짓한 이곳에 팬지꽃 등 화초를 심으며 즐거워했다. 자기집 정원 가꾸듯 정성을 듬뿍 쏟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2년 전만해도 건축 폐기물이 가득찬 쓰레기터이자 청소년들의 비행장소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3월 뜻을 모아 동네의 골치거리를 ‘보배’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땅 주인을 설득하는 한편 구청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동네 정원으로 꾸미기로 한 것이다.
‘열린 쉼터’라고 이름 붙인 이 땅에 복숭아, 감, 배, 자두나무 등을 심어 공동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정원 정지작업은 구청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무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마련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는 등 넉넉치 못한 형편이었지만 마을 한 귀퉁이에 ‘마음의 고향’을 만들자는 데는 흔쾌히 찬성했다.
이 같은 정성을 높이 평가해 용산구청은 지난해 8월 마을 주민들을 ‘그린오너’로 위촉하기도 했다.
열린 쉼터 조성을 주도했던 김영준(48)씨는 “1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꾸었더니 제법 정원 티가 나는 것 같다”며 “올 여름에는 나무그늘 아래서 마을잔치를 제대로 해볼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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