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목일이다. 관공서ㆍ직장ㆍ학교ㆍ군부대ㆍ마을 단위로 온 국민이 나무를 심으며 애림 의식을 높이는 날이다. 이 날을 식목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미 군정 시절이다. 집단적 식수(植樹) 행사를 통한 녹화 운동의 기원은 1872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해 4월10일 네브라스카 주에서 모턴이라는 사람의 주도로 식목 행사가 시작됐고, 이후 네브라스카에서는 모턴의 생일 3월22일을 나무의 날(아버데이)로 정해 나무심기 행사를 벌였다. 그 뒤 날이나 기간을 정해 공식적으로 식수 행사를 치르는 관습은 미국의 다른 주와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서 식목일은 올해의 경우가 그렇듯 흔히 청명(淸明)이나 한식(寒食)과 겹친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의 절기인 청명이나,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은 양력으로 4월5일이나 6일이다.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을 담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은 청명과 한식이 겹치거나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데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도에 이르는 시기인 청명은 이 무렵부터 날씨가 맑고 깨끗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식은 설ㆍ단오ㆍ추석과 함께 우리 전통 사회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는데, 이름 그대로 이 날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관습이 있었다.
이 관습은 산 속에서 불에 타 죽은 중국 진(晉)나라 때의 충신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생겼다는 전설이 있지만, 매년 봄에 새 불(新火)을 만들어 쓸 때 이에 앞서 얼마동안 묵은 불의 사용을 금지했던 고대의 원시종교적 예속(禮俗)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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