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마당] 어떤 문화 제국주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마당] 어떤 문화 제국주의

입력
2002.04.04 00:00
0 0

일본 오사카(大阪)의 동양도자미술관에 가면 도자기를 감상하는 기쁨보다 몇 갈래 착잡한 생각이 앞선다.먼저 “미칠 것 같지 않았어요?” 라고 물어오던 예전 관광안내원 아가씨의 진지한 표정이 떠오른다.

그곳에 전시된 정갈한 아름다움과 소박한 형태의 우리 도자기들을 보면 정말 마음 속에 타는 듯한 안타까움이 인다.

“관광안내도 하고 서울에서는 도자기를 공부한다”던 안내원 아가씨의 꾸밈없는 물음이 사무치는 듯 했었다.

한중일의 도자기를 모아놓은 그곳은 일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안목에 공감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조선의 미술’ 중에서)

다른 방향에서 마음을 흔드는 것이 ‘문화 제국주의론’이다. 1960년대에 출현한 대표적 급진적 용어로 지적 유행어가 된 말이다.

마텔라트, 바커 등에 따르면 이는 제국주의적 지배가 문화라는 보조요인에 의해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도자미술관에 들어서는 한국인은 국보급, 혹은 보물급에 해당할 우리 도자기들을 보고 문화 제국주의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과거 주변국에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약탈했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이 미술관에는 3년 전 우리 도자기 301점이 더 늘었다. 동포 이병창(李秉昌)씨가 세계 제1급의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 등을 기증한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기존의 한국 자기 800점과 이 300점을 합치면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거의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문화 유산을 약탈했으면 일본의 한 시립미술관 소장품과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비슷할까. 이씨도 원망스러웠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일본에서 한국관련 전시회가 여럿 열리고 있다. 이 점이 부러우면서도 예사롭게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의 명보(名寶)전’(오사카 역사박물관)과 ‘2002 서울 스타일전’(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 ‘조선왕조의 미전’(히로시마 현립미술관) 등이 그것이다.

‘…서울 스타일전’은 서울시 한 가족의 33평 아파트 살림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일본 관람객들은 그것을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우리 도자기 다음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에는 9,000여점의 전세계 생활용품ㆍ민속공예품이 전시돼 있는데, 세계 제일의 규모가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반도 문화’실에는 단군 초상에서부터 우리의의 생활문화와 정신문화가 소상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제 세계인 모두 민속품의 금전적 가치를 알고 있어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고 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세계 민속품 수집에 나선 일본인은 확실히 약삭빠른 데가 있다.

미국의 타임지는 2월초 일본 내 한국문화재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일본은 과거 10만 점 정도의 문화재를 약탈해 갔으나 한국정부는 반환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요지였다.

역대 정부는 왜 그렇게 무기력했던 것일까. ‘문화의 세기’라는 새 시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이 문제는 반드시 슬기롭게 해결돼야 한다.

또한 우리도 세계 민속품 수집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 초조감이 든다.

그리고 세계도 세계지만, 우리 것도 보다 소중하게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롭고 편리함을 선호하는 세태 속에, 우리의 오래 되고 질박한 생활의 자취가 하나하나 소리 없이 사라지지 않나 하는 걱정이 자꾸 고개를 든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