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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세상읽기] (154)서울 대학로,가난한 연극

입력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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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대학로는 늘 북적거린다. 하루 유동인구 10만 명.그래서 이곳을 상인들은 중요상권으로 꼽는다.그러나 연극인들은 이곳을 연극의 거리라 말한다. 35개쯤의 소공연장,2개의 중극장이 자리를 틀고 연일 35개쯤의 공연을 토해내니,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이만한 공연이 매일 이루어지는 곳은 아시아에서는 달리 없다.공연 가운데는 가수들의 콘서트,코미디언들의 코미디,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여 관객을 모은뒤 보여주는 아슬아슬 공연도 몇 포함되나 대부분은 순수연극이다.

대학로를 연극의 거리라 말하는 연극인들을 보며 그들에게서 자부심과 소망,패배감과 절망을 읽는 때가 있다.그들은 오늘의 대학로를 만든 것은 80년대 초부터 이곳에 모여든 연극인들자 신이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며,수 년 안에 이곳이 아시아 공연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최근 5,6년간 한 해 대학로 공연관램객이 연 25만 여명에 그치며 이 수는 이틀 반 사이에 이곳을 드나드는 인구에 불과하다는 점에 패배감을느끼고,이곳이 더 중요상권으로 올라서고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수 년 안에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절망하는 듯 보인다.

연극은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예술이다.영화처럼 대중적이지도 못하고 무대공연을 하니까 관객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방안도 없다.모처럼 연극을 보고 난 후 실망하여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어 더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한 연극을 지원하는 일은 필요하다.예술성을 높인다는 도식적 생각 때문만이 아니다.지원이 꽃 피워 연극이 일정궤도에 오르면 다른 산업을 돕은 역할을 한다.사립재단이 연극지원을 하는 미국과 달리,영국은 정부가 나서서 1946년 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England)를 설립하여 연극을 지원해왔다(www.artscouncil.org.uk).한 보고서에 따르면,그 결과,오늘 런던 웨스트 엔드의 극장가는 세계의 연극중심지로 명성을 확보하고 관광객유치에,여행업과 호텔업진흥까지 가져와 헐리우드의 대형영화에 못하지 않은 산업성을 갖게 되었다(www.officiallondontheatre.co.uk/wyndrep.cfm).문화관광부가 대학로 소공연장 시설개선에 지원을 하기 시작하여 기뻐하는 연극인들은 대선후보 중에는 누가 가장 문화적일까 궁금해 하는데,나는 그들이 웨스트 엔드의 연극인들처럼 탄탄한 모임(런던극장연합SOLT)을 결성하기를 기다린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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