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신용카드사와 백화점이 수수료 인하 문제를 두고 앙숙처럼 티격태격 싸우는 현상만 보도하시지요? 제가 보기에는 둘 다 한통속인 것 같습니다.”한 동대문시장 상인이 최근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얘기인 즉,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특정 업종에 카드수수료를 내려주면 카드회사 속성상 그 피해는 중소 상인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두 집단은 이 같은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과격한 대립 양상만 외부에 비치면서 본질을 감추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며칠 전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에게서도 유사한 항변을 들을 수 있었다.
“중소 상인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웃돈을 얹어 받는다고 무작정 욕만 하지 마세요. 백화점은 실력행사해서 수수료를 1%대만 내면 되고 우리는 3~4%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않습니까.”
게다가 재래시장까지 모든 상품에 대해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 ‘판매가격 표시제’가 5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이런 편법마저 설 자리를 잃게 돼 상인들은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신용카드사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들이댄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중소 상인들도 물건을 많이 사는 고객에게 할인 폭을 높여주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매출이 크고 수익을 많이 안겨주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논리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성이 보장됐을 때의 얘기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시책에 따라 신용카드 결제를 해야 하는 중소 상인들에게 시장경제의 룰까지 한꺼번에 강요하는 것은 상당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로 성실히 결제하는 상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수수료를 낮춰주는 등의 완충 장치를 검토해봐야 할 때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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