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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으로 돌아온 조디포스터 "주인공의 모성애 실제의 나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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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으로 돌아온 조디포스터 "주인공의 모성애 실제의 나와 비슷"

입력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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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여배우로 꼽히는 조디 포스터(39)는 언제나 당당하다.생각이 뚜렷하고, 논리도 정연하다. 무엇을 하든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성과도 많다.

‘피고인’(1988년)과 ‘양들의 침묵’(1991년)으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고, ‘꼬마천재 테이트’(1991년)로 감독이 됐고, ‘넬’(1994년)로 제작자로서도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렇다고 작품 욕심이 많은 것은 아니다.

1년에 한 작품 정도. 대신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3년 전 첫 아들 찰스에 이어 지난해에 둘째 키트를 낳아 혼자 기르고 있다. 이번에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세 살 때 아역 배우로 시작해 정상에 선 경력과 아버지 없이 두 아이를 기르는 사생활이라는 조디 포스터의 두 가지 특징은 그의 영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출연하거나 만드는 영화는 예외 없이 숨겨져 있던 진실이 밝혀지고 주인공은 고독한 영웅의 역할을 수행하며 뒤틀린 가족 관계가 배경이 된다.

‘왕과 나’ 이후 오랜 만에 출연한 새 영화 ‘패닉 룸(Panic Room)’은 그 전형이다.

주연을 맡았던 니콜 키드먼이 촬영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급하게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키드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 영화를 촬영해 ‘키트의 영화’라고 부른다.

홍보차 일본을 방문한 조디 포스터를 3일 도쿄 덴고쿠(帝國)호텔에서 만났다.

-짧은 시간에 ’패닉 룸’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오래 전부터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일해 보고 싶었다. 또 마침 내가 감독하는 ‘플로라 플럼’의 남자 주인공인 러셀 크로가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시간이 났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기대 이상이었다. 기술적 디테일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다 모든 것을 치밀한 계획아래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같은 장면을 104번이나 찍을 정도의 완벽주의자인 그의 열정을 존경한다.”

-극중 배역인 멕에 대한 분석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일상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이혼으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약하던 모습이 긴박한 상황을 겪으면서 강한 여성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멕이 보여주는 모성애가 실제의 자신과 비슷한가?

“물론. 나는 대단히 모성애가 많은 사람이다. 만일 자신의 아이가 아픈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엄마가 아닌 사람은 알 수 없다. 무엇이라도 하려고 할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많은 변화가 있었나?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고 사는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나만 좋은대로 하면 그만이었지만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에는 아이를 생각해서 좀더 보편적으로 살게 되었다. 작품은 물론, 아이들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저녁 약속도 줄였다.”

-액션 장면이 많은데 힘들지 않았나?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장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둘째를 임신하고 있어서 다른 때보다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실력이 좋은 스턴트맨을 만났다. 어떤 장면은 나조차도 나와 스턴트맨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영화마다 숨겨진 진실, 고독한 영웅, 가족관계 등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데.

“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할 때 가장 나와 가까운 이야기를 고르게 된다. 처음에는 나도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것들이 ‘나’라는 인간이 가장 관심을 지니고 있는 주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할리우드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은지?

“무엇을 위해서? 돈이나 명성을 위해서?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이미 가질 만큼 가졌다. ‘넬’을 찍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스케줄에 치이면서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앞으로 계획은?

‘플로라 플럼’을 다시 찍어야 하는데 솔직히 언제 시작할 수 있을 지는 자신이 없다.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직도 긴장할 일이 있다는 것이 좋다.

도쿄=김지영기자

koshaq@hk.co.kr

■PANIC ROOM

’패닉 룸’은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를 연상시킨다.

같은 스릴러에 계단과 문이 많은 커다란 집이 영화의 유일한 배경이고, 낯선 침입자들로부터 자식을 지키려는 젊은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자식이 병을 앓고 있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아버지의 존재가 미미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반전을 강조하는 구성과 공포심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도 닮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한 뉴요커 멕(조디 포스터)이 딸 새라와 뉴욕의 4층짜리 집으로 이사한다.

그 집의 특징은 부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든 일명 ‘패닉 룸’이 있다는 것.

4면이 콘크리트와 강철로 되어 있으며 집안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폐쇄회로와 전화선, 환기장치, 비상식량 등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일종의 ‘안전지대’다.

이사한 날 밤. 번햄(포리스트 휘태커) 등 세 명이 침입하고 멕과 새라는 패닉 룸으로 몸을 피한다.

그러나 범인들이 찾는 것은 패닉 룸에 숨겨진 300만 달러.

그때부터 모녀를 패닉 룸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침입자들과 자식을 구하려는 멕은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 등을 만들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고양이와 쥐’의 관계를 축으로 등장인물의 대결구도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4층에서 1층으로, 넓은 주방에서 좁은 열쇠 구멍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카메라는 외부로부터의 위험과 폐쇄공포심리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미국인들이 9.11 테러 이후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해 갖게 된 극도의 불안심리를 건드렸다는 평도 있다.

그 덕인지 미국에서는 3월 마지막 주말에 개봉, 3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로는 최고의 성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9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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