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하락하는 날은 투신사로 돈 몰리는 날!’투자신탁증권사(옛 투신사)들이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증시가 오르는 날보다 오히려 조정을 보일 때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똘똘이 자금’이 주가가 떨어지기 만을 기다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시는 급락한 다음날 더 큰 폭으로 급등하는 기관장세를 연출하면서 계단식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 떨어진 날 주식형 잔고 증가
종합주가지수가 19.75포인트(2.21%)나 하락한 지난 1일 각 투신증권사 창구는 새로 투자하려는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이날 순수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8조3,686억원에서 8조3,86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MMF 잔고는 48조2,444억원에서 46조2,36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즉 고객들이 MMF 계좌에서 자금을 빼 주식형 상품에 넣은 것이다.
이러한 자금 유입에 힘입어 투신권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은 2일 2,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펼쳤고 종합주가지수는 29.51포인트(3.37%)나 올라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고 연중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달 25일에도 지수가 16.57포인트(1.85%)나 하락한 가운데 순수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오히려 7조9,310억원에서 7조9,946억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이틀후인 27일 지수가 다시 21.43포인트(2.43%)나 반등하는 데에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똘똘이 자금 조정 때마다 유입
이처럼 지수가 하락하는 날 시중 자금이 주식형 상품에 몰리는 것은 펀드나 수익증권의 기준가 설정이 가입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른 날보다는 주가가 떨어진 날 주식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환매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인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이형복 팀장은 “예전에는 지수가 급등한 뒤 개인들 자금이 투신으로 몰리면서 일부 ‘묻지마 투자’도 나타나곤 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현명해지면서 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자금을 조금씩 나눠서 넣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낙폭이 클수록 유입되는 자금도 많아져 지수는 큰 조정 없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도 “조정시 유입된 개인 자금은 기관들이 삼성전자 등 핵심 블루칩 위주의 프로그램 매수에 나서는 실탄이 되고 있다”며 “조정 후 대형 우량주가 급등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강태공’처럼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의 수익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ㆍ4분기 투신으로 15조원 몰려
3일 투신운용업계에 따르면 1ㆍ4분기 투신권에 새로 유입된 자금은 모두 15조171억원이고 이중 주식 관련 상품으로 7조2,866억원이 들어왔다. 특히 3월 한달동안 주식형 상품의 자금 유입이 모두 3조3,670억원을 기록, 하루 평균 1,122억원씩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투신운용 양성호 팀장은 “경기 회복과 대세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형 상품으로 시중 자금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아직 초기 국면으로 보여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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