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글로벌 이슈] 세계금융 파수꾼이냐 신용권력 횡포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글로벌 이슈] 세계금융 파수꾼이냐 신용권력 횡포냐

입력
2002.04.04 00:00
0 0

■세계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S&P·피치IBCA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IBCA. 세계를 무대로 채권 등 주요 기업의 자산 평가는 물론 국가 신인도까지 매기는 3대 신용평가회사다.

좋게 보자면 국제 금융시장의 ‘파수꾼’이고, 달리 말하면 기업이나 국가의 성쇠를 한 손에 쥔 ‘신용 권력’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의 국가 등급을 투자 적격인 ‘A3’로 상향조정한 무디스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급강등시켜 ‘저승 사자’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세계 각국의 기업과 투자가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이들은 그러나 적기에 신용 평가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하지만 각국 경제는 이들이 매긴 ‘점수’에 사실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성장이 바로 국제 금융시장의 확대는 물론 세계화의 잣대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 신용평가 따라 울고 웃는 세계 경제

S&P가 지난해 국가신용등급(장기외화채권 등급)을 조정한 국가는 26개국.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일본 대만 러시아 브라질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동반 경기 침체로 각국의 신용 사정도 좋지 않을 듯 싶지만 이 가운데 신인도가 낮아진 나라는 9개국에 그쳤다. 한국 등 나머지 국가들은 ▦국가부채 개선 ▦금융ㆍ기업 개혁 ▦재정 안정 덕에 등급이 올랐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허덕이며 추락하고 있는 일본,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개발도상국의 연쇄 도산 우려를 낳은 아르헨티나는 경제 악화를 이유로 신용도가 떨어졌다.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몇몇 나라와 정치ㆍ경제 불안을 겪고 있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들의 사정도 좋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신용 등급 조정은 투자 자금 연쇄 회수를 일으켜 가뜩이나 불안한 이들 나라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투자 적격’ 판정을 받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연기금 등 해외 기관 투자가들은 등급 조정으로 신인도가 낮아진 나라에 대한 자금 회수를 서두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가들 역시 등급 조정과 기관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들 나라에 대한 투자 신뢰를 잃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외환 위기 당시 아시아 각국의 경험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신용평가기관들의 등급 변화를 자산의 위험 관리를 위한 지침이라기보다 시장의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로 보는 사람도 있다.

S&P나 피치의 ‘BB’ 등급은 당장 투자 부적격이라기보다 앞으로 10년 내 파산 가능성이 대략 19% 정도라는 얘기다.

◈ 비판 받는 국제신용평가 회사

문제는 이들의 평가에 대한 해석에 상관 없이 그 ‘점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데 있다. 그 결과로 심각한 피해를 본 국가들의 불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신용평가 회사들에 대한 비판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무디스와 S&P는 1997년 10월 태국 바트화 폭락 3개월 뒤까지도 태국 정부 발행 채권을 A등급으로 분류했다. 같은 해 11월 파산으로 일본 경제에 충격을 안겨 준 야마이치(山一) 증권의 신용 등급도 사건 직전에 하향 조정됐다.

외환 위기 발생을 전후한 4개월 동안 신용 등급이 무려 12등급 강등된 한국도 이 회사들의 조기 경보 체제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피치IBCA는 실수를 자인하는 드문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기업 엔론, K마트의 파산 사태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드러났다. “신용 평가가 너무 늦다”는 비판에 직면해 청문회까지 불려나갔던 무디스와 S&P 간부들은 등급 조정 속도를 높이고 평가 과정을 개선한다는 다짐까지 해야 했다.

무디스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경제 붕괴의 불안에 떨었던 1998년 상반기에 전년 대비 26%의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 불신의 상황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구호로 내건 이 신용평가 회사의 배를 살찌운 셈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탈 전망이다.

상황은 바뀌었지만 이제는 ‘신용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각국 기업들이 줄을 잇기 때문에 신용평가 회사들은 또 호황을 맞을 꿈에 부풀어 있다.

■무디스-美·日·英 공식기관 전세계 채권70% 평가

1900년 출범한 무디스는 미국 일본 영국 정부의 공식 신용평가기관이며 전세계 금융시장 채권 물량의 70%를 평가하고 있다.

신용등급 판정 채권 규모만도 300조 달러에 이른다. 무디스는 특히 채무불이행 채권 적중률이 높아 세계 제1의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 과정이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진 데다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하거나 정확성을 의심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7년에 무디스는 한 증권회사에 “우리의 신용평가를 받지 않을 경우 신용도를 낮게 평가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법무부의 독점금지법 위반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무디스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860년 뉴욕에서 투자 정보 제공회사로 출범해 1916년부터 신용평가를 시작했다.

1966년 대형출판업체인 맥그로힐에 인수되었으며 현재 2,000여 기업의 채권ㆍ어음을 평가하고 있다.

채권 평가 물량은 세계 금융시장의 50% 정도다. 무디스에 비해 평가 등급 변경이 잦으며 등급 산정에서 더 비판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피치IBCA는 1997년 말 자산담보부채권(ABS) 평가에 강한 미국의 피치와 영국 최대의 신용평가회사인 IBCA의 합병 회사다. 합병은 최근이지만 피치의 설립이 1913년이어서 전통은 길다.

전세계 40여개 국에 지사를 두고 전세계 6,500여 개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1970년 대 이후 설립된 미국의 신생 신용평가회사 톰슨 뱅크워치, 덥 앤드 펠프스까지 더해 세계 5대 신용평가회사로 불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