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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IT.BT분야 교수유출 심각 "교수님이 서울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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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IT.BT분야 교수유출 심각 "교수님이 서울로 갔어요"

입력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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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A대의 정보통신 관련 학과에 올해 특차 입학한 조모(19)군은 입학한 지 한달도 안돼 휴학을 하고 다시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 2명이 모두 서울 소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전공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특히 이들 교수는 지난해 조군이 전국 규모의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후 직접 찾아와 D대 정보통신 관련 학과의 장래성을 홍보하며 입학을 권유했던 사람들이어서 조군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조군은 “교수 3명 중 2명이 빠져 나갔지만 교수 충원은 요원한 것 같다”며 “특차 입학한 친구들은 대부분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 유출 현황

지방대가 ‘학생 공동화(空洞化)’에 이어 교수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서울의 주요 대학 등으로 빠져나가는 이들은 대부분 각 대학이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IT(정보통신)ㆍBT(생명과학)ㆍNT(나노(극미세)기술공학) 분야의 교수들이어서 지방대가 입는 타격은 더욱 크다.

전북지역의 B대 정보통신 관련 학과도 대표적인 케이스. 이번 학기 들어 교수 5명중 2명이 서울로 빠져나가면서 2개 전공과목이 폐강 위기에 몰렸다. 대학측은 부랴부랴 벤처기업 등의 관계자를 임시강사로 초빙, 강의를 꾸려가고 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교수유출이 계속되면서 이들이 진행하던 연구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고, 상당수 학생들도 떠날 움직임을 보여 ‘교수유출→학생유출→학교공동화’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충남지역 W대의 한 교수는 “연구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던 동료 교수 2명이 다른 대학으로 옮겨 거액을 들인 프로젝트 마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올 상반기 주요대학의 교수채용현황만 봐도 지방대 교수 유출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총 36명의 교수를 임용한 한양대의 경우 16명을 지방과 수도권 소재 대학 교수로 충원했고 연세대는 74명 중 24명, 고려대는 38명 중 11명이 지방ㆍ수도권 출신이다.

■ 원인ㆍ반응

이 같은 현상은 연구 중심으로 체제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신진학자 보다는 경력교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초 확정된 과학기술기본계획, 기초학문 육성사업 등 각종 국가 연구지원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연구성과가 있는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은 “학생모집난에 궁핍한 재정난까지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이제는 교수유출을 막는 일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체된 교수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교수들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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