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기준시가 대폭 인상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 매매나 상속ㆍ증여때 관련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국세청 김보현 재산세 과장은 “가격급등 지역에 대해서는 실거래가액의 90% 이상까지 기준시가를 책정하는 등 ‘평균 80% 룰’을 적용했기 때문에 양도세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도세 얼마나 오르나
양도소득세의 경우 대체로 2~3배 오르지만 상황에 따라 기준시가 조정 전보다 10배 이상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예를 들어 1999년 1억4,500만원에 취득한 서울 서초구 30평형짜리 A아파트를 조정 고시일인 4일 전후 매매하는 경우 세부담은 종전 2억7,100만원에서 47.6%가 인상돼 4억원으로 올랐다.
이달 4일 전에 이 아파트를 팔았다면 양도세는 기준시가(2억7,100만원)에서 필요경비와 취득가액,양도소득기본공제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과표 1억9,150만원에 세율 36%를 곱한 3,119만원.그러나 4일 이후에 매도한다면 인상된 기준시가(4억원)가 적용돼 양도세는 7,763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상속·증여의 경우도 세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강남이나 과천 지역 등은 '세금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기준시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취득세나 재산세는 변함이 없다.기준시가 인상 내용과 영향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기준시가는 어떻게 책정했나.
“같은 단지 내에서도 가격차별화가 심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액과 거래시세, 호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으며 실거래가의 80% 수준에서 기준시가가 결정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기준시가가 절반 이상 뛴 경우도 있는데 양도세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나.
“양도소득세는 1가구 2주택 보유자가 아파트 등을 양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영향이 없다. 다만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인 경우는 기준시가가 상승함에 따라 양도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상속ㆍ증여세 부담은 어떻게 되나.
“이번 조정으로 상속ㆍ증여세 부담액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각종 상속 공제제도와 증여재산 공제제도, 과세표준계급별 누진세율 적용 등으로 세부담이 일률적으로 얼마나 늘어날 지를 추산하기는 힘든다.”
-기준시가가 실제 양도가액보다 높게 책정된 경우는 어떡하나.
“양도세는 기준시가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납세자는 증빙서류를 갖춰 실제 거래가액으로 양도세를 신고할 수 있다. 상속ㆍ증여세의 경우 재산가액을 매매거래가액과 2개 이상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액, 수용보상가액, 경매가액, 공매가액 등을 통해 시가를 확인할 수 있으면 우선 시가가 적용된다. 그러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보충적인 방법으로 기준시가를 적용, 과세한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부동산시장 반응
국세청의 기준시가 대폭 인상발표에 대한 시장, 특히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시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긍정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재건축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최근의 시장 분위기가 과열 내지는 거품 쪽에 가까운 만큼 진정세는 자연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준시가 인상을 차치하더라도 재건축아파트는 이미 값이 꼭지까지 갔던 게 사실”이라며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야 입이 나오겠지만 번 만큼 제대로 내라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은 인상률이 54.5%로 가장 높았던 경기 과천시. 저층아파트로 이루어진 과천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지난해부터 재건축사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급등세를 연출, 현재 17평 아파트가 3억2,000만~3억3,000만원로 1년사이 1억원 이상 뛰었다. 평당 매매가가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
과천의 A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재건축 일정은 나오지 않았고 정식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도 없다”며 “기대감만으로 지금까지 천정부지로 값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목적으로 여러 채를 보유중인 사람들로서는 거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한 시각이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원은 “기준시가가 인상되면 주택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줄고 주택 보유비용도 상승, 결국 시세차익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