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3일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 4년 넘게 공들여온 대권 도전에 다시 나선다.대세론에 의문의 여지가 없던 한 달 전에 비해 상황이 180도 바뀐 탓인지 출사표를 던지는 이 총재도 자못 비장하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밀리는 지지도 회복도 급하지만 개혁파인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물론 같은 보수 컬러의 최병렬(崔秉烈) 의원까지 도전장을 낸 당내 경선도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이 총재는 2일 당 중앙위에서 2년 8개월간의 총재사퇴를 마감하며 “국민이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후보로 일로 매진하겠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이회창 대세론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정권교체론의 불씨를 되살려 동요하는 지지층을 재결집, 노풍을 꺾겠다는 구상이다.
3일 밝힐 출마의 변 역시 퇴임의 변과 연결된다.
한 측근은 “연설문의 기조는 이 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라며 “깨끗하고 도덕적인 정치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국가를 건설하자는 호소가 주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는 무책임한 선동에 따른 정치혼란을 우려하는 국민을 달래야 한다는 책임감을 절감한다”며“안정된 지도력으로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의 조화로운 균형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여망을 떠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일로 1년 가까운 활동을 마감한 당 국가혁신위의 표제나 이 총재의 대선출마 캐치프레이즈가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편안한 사회’인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 총재의 정권교체론 제창에도 불구하고 노선을 놓고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당의 정체성과 영남 등 지역기반을 감안해 차제에 보수 색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보수 강화론이 있는가 하면 시대변화에 맞춰 젊은층 등 국민의 개혁요구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는 보수ㆍ개혁 병행론이 있다.
보수 강화론은 민정계 출신과 영남권 의원들이 중심인데 “보혁구도야말로 노풍을 꺾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미래연대 등 소장파와 젊은 보좌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ㆍ개혁 병행론은 “노풍이 불면서 이탈한 지지표는 화이트 칼라층 등 20ㆍ30 대가 다수”라며“이들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개혁노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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