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보수가 110만원이어서 아직은 살림이 빠듯하고 이달 말에 태어날 첫 아이를 생각하면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그렇지만 장차 미국 맥도널드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외식전문회사를 만든다는 꿈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호텔 업계에 처음으로 의대 출신 조리사가 탄생했다.
지난 2월 서울 워커힐호텔 조리사로 입사한 노종헌(盧宗憲ㆍ34)씨는 고려대 의대 출신으로 전문 요리사로서 새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노씨는 방지거병원장을 지낸 부친 노전삼(盧眞三)씨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될 생각으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어렸을 적부터 꿈꿔오던 요리사의 희망을 접지 못해 갈등을 겪었다.
지난 1999년 미국 어학 연수를 갔다가 보스턴의 한 일식집 주방장의 요리 솜씨를 보고는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버님께 조심스레 의사 대신에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뜻밖에 ‘하얀 가운을 입고 칼질하는 것은 의사나 조리사나 모두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격려해 주시더군요.
부모님이 제 음식을 맛보고 꼼꼼하게 평가해주는 등 저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그는 2000년 2월 세계 최고 조리학교의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 뉴욕의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 2년 간의 공부 끝에 조리학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CIA졸업 직후 워커힐 호텔에 입사한 노씨는 현재 정식 조리사이지만 접시닦이와 바닥청소 등 밑바닥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의 조리기술이 비록 많이 발달하긴 했으나 이론적 토대가 약해 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체계적인 조리 시스템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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