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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만큼 훈훈한 '연탄길'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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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만큼 훈훈한 '연탄길' 그 이후…

입력
200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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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술을 끊고 학교 운동회에 함께 가던 중 딸을 위해 담장 위 장미꽃을 꺾다 이마를 다쳐 피흘리는 아버지 때문에 눈물 흘린 영희, 간호사로 근무하는 병원의 경비로 일하는 새 아버지가 자신에게는 갈비탕을 시켜주고, 당신은 라면을 끓여먹은 사실을 알고는 새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지우는 정아…‘연탄길’의 작가 이철환(李喆煥ㆍ40)씨가 책에 나오는 ‘달동네 아이들’과 최근 ‘나사로’라는 봉사모임을 만들었다.

책에서 가난과 서러움을 서로 다독여주며 이겨내던 이들은 이씨가 1990~97년 서울 노량진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칠 당시 강의를 듣던 노량진 인근 달동네 학생들.

어느덧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성장해 교사 조종사 같은 직업을 갖게 된 40여명이 나사로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의 집 부근인 서울 쌍문동 뒷골목에 2평 남짓한 ‘연탄길나눔터’라는 모임 장소도 얻었다.

이씨는 “나도 서울 길음동 달동네에서 자랐기에 학생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었고 가정 환경이 어려워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시와 산문을 써 나눠주기도 했다”며 “이들과는 연락을 계속 주고받으며 친형제 같은 정을 나눠왔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그런 선생님과 친목 모임을 만들자고 했지만 이씨가 봉사 모임이 좋다고 했다.

이씨는 “99년 11월 갑자기 이명이 찾아왔는데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채 어지럼증 불면증 심지어 우울증까지 동반됐다”며 “몸이 아프고 보니 혹시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까, 살기가 어려운 사람은 없을까, 그런 사람이 있으면 도울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봉사 모임을 만든 동기를 밝힌다.

몸으로 하는 봉사를 표방하는 나사로는 최근 이씨 집 부근의 독거노인 시설 ‘덕성사랑의 집’에 노인들이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을 꾸몄다.

이번 달에는 씨도 뿌리고 퇴비도 줄 계획이다. 나사로 운영 비용은 모두 인세 수입으로 충당된다.

이씨는 이미 2000년 9월, 책이 발간된 다음달부터 인세 수입에서 다일공동체의 행려환자 무료 치료 병원 건립비, 실로암 안과 맹인선교부의 개안수술 비용, 그가 강사로 있는 풀무야학의 운영비 등 월 40만~50만원의 후원금을 내왔다.

이는 이씨와 출판사(삼진기획)가 책에서 수입의 일부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 이씨는 지금까지 500만원 정도를, 출판사는 700만원 정도를 후원금으로 냈다.

수입의 일부라 했지만 이씨는 인세 대부분을 후원금으로 냈다. 항간에는 그가 받은 인세가 억대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연탄길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베스트 셀러가 돼 지금까지 30만부 정도 팔렸다.

이씨는 “연탄길은 나를 위해 쓴 책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쓴 책”이라며 “앞으로도 나사로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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