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29)가 2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철완 랜디 존슨(38)이 개막전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이날 박찬호는 부상 후유증 탓인지 에이스 다운 위용을 보이지 못한 채 패전을 기록했다. 어슬레틱스가 8-3으로 승리했다.
▼호된 신고식
박찬호는 오클랜드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콜리세움에서 열린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동안 피안타 9개(홈런 2개 포함), 볼 넷 1개, 6실점(6자책점), 5탈삼진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첫 타자 제레미 지암비에게 안타, 2번 랜디 벌라르디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불안하게 출발한 박찬호는 후속타자들을 병살과 땅볼로 처리, 순조롭게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2회 선두타자 에릭 차베스에게 초구 홈런을 얻어맞아 1 실점을 한 뒤 3회 무사 1루에서 프랭크 메노키노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추가점을 내준데 이어 4번 데이비드 저스티스에게 다시 투런홈런을 빼앗기고 무너졌다.
박찬호는 변화구 위주의 경기운영으로 4, 5회를 넘겼지만 6회 저스티스와 차베스에게 잇따라 안타를 맞고 다시 1실점한 뒤 마운드를 토드 반 포펠에게 넘겨주었다.
반면 지난해 21승8패를 올려 오클랜드의 에이스로 떠오른 마크 멀더는 사이영상 1순위 후보답게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하며 텍사스 타선을 압도, 첫 승을 거뒀다.
▼첫 승 앗아간 부상
지난달 28일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중 발생한 오른쪽 다리 오금부상의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운드에 오른 것이 가장 큰 패인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경기 내내 투구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는 오른쪽 다리에 체중을 완전히 실지 못했다. 당연히 왼쪽 다리를 높이 들지 못하는 등 와인드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투구동작이 불안하자 공이 뜰 수 밖에 없었고 최대 직구구속도 94마일(151㎞)에 머물렀다. 박찬호가 홈런을 얻어맞은 공 2개도 모두 제구가 안된 바깥쪽 높은 직구였다.
박찬호는 불안한 제구력을 의식, 2회부터 체인지업과 변화구 위주로 경기를 끌어갔지만 몸쪽 승부구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2위에 올랐던 어슬레틱스의 강타선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의 침묵도 박찬호를 더욱 위축시켰다. 레인저스 타선은 상대선발 마크 멀더의 호투에 눌린 듯 박찬호가 버티던 6회초 공격까지 단 2개의 안타 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박찬호는 7일 오전10시5분(한국시간) 홈구장인 알링턴 볼파크에서 열리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등판, 시즌 첫 승에 재도전한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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