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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꽃길,울긋불긋 꽃동네 도심서 꽃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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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꽃길,울긋불긋 꽃동네 도심서 꽃추억을…

입력
200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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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꽃은 이미 절정을 넘겼다. 눈처럼 꽃잎이 떨어진다. 짧은 봄이 아쉽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꽃맞이는 이제부터이다.지난 주말부터 서울에도 벚나무가 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개나리는 벌써 오래 전에 만개해 산자락과 거리에 온통 노란 구름이 내려온 듯하다.

시간을 쪼개기 어려워 멀리 가지 못했던 사람들. 이제 거리로 나서보자.

가족과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서울의 거리에서도 진한 꽃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여의도 윤중로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거리가 됐다.

국회의사당 뒤로 30~40년 된 왕벚나무 1,400여 그루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난 주말 몇 그루의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이번 주말부터 14일까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벚꽃 절정기가 오면 평일에는 약 15만 명, 주말에는 30만 명 이상의 상춘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강대교 남단에서 의사당 뒤 파천교에 이르는 1.5㎞ 구간의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여의도 공원 좌우측에 임시 주차장이 마련된다.

그러나 자가용 등 개인교통을 이용하면 시간만 낭비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꽃에 취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꽃내음을 맞으며 향기로운 술도 한 잔 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된다.

여의도 63시티(02-789-5663)에서 때를 맞춰 3일부터 14일까지 63벚꽃대축제를 연다.

음악에 맞춰 63빌딩의 외벽에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빛의 오케스트라’, 전세계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세계 맥주 페스티벌 등이 마련된다.

# 북악스카이웨이

50~60대의 추억이 어린 길이다. 그들이 젊었을 때 서울에서 으뜸가는 데이트 코스였다.

걷지 못하고 차로만 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봄꽃에 대한 추억이 진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지금이다.

길 양쪽에 드리워진 군부대의 철조망이 시야를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그 담장 덕분에 산세와 꽃나무가 잘 보존돼 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만개해 바람에 흔들린다.

길 꼭대기에는 서울의 명물 팔각정과 사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커피숍, 식당, 스낵코너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를 내려다 보며 꽃 향기와 차 향기에 취하면 봄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직공원 옆, 아리랑고개, 창의문길 등에서 진입할 수 있다.

# 응봉산

성동구 응봉동 한강변에 있는 산이다. 산 전체가 개나리동산이다. 몇 년 전부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장안에서 제일 가는 개나리명소가 됐다.

성동구청이 산책로를 내고 운치있는 정자도 지었다. 꽃 속에 들어가는 맛도 좋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황색 절벽을 볼 수 있다.

성동문화원(02-2290-7714)이 6일 제6회 응봉산 개나리축제를 연다. 구민노래자랑, 어린이 그림그리기대회 등을 개최하고 향토음식점을 개점한다.

# 어린이대공원

순종황제의 비인 순명황후 민씨의 능역에 세워진 어린이대공원은 한 때 대단한 봄놀이터였다. 벚꽃철이거나 어린이날에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 롤러코스터의 효시인 ‘청룡열차’ 등을 보유한 서울 유일의 놀이동산으로서도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테마파크가 속속 문을 열면서 조금은 잊혀진 공간이 됐다.

그런 어린이대공원이 지난 해부터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장기간의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친 결과이다.

4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봄꽃 축제를 연다. 벚꽃은 워낙 옛날부터 유명했던 이 곳의 명물.

국내 최초의 골프장(서울컨트리클럽)을 조성할 때부터 심어놓은 벚나무가 무진장이다.

막 새 잎을 피우기 시작한 울창한 숲은 삼림욕을 겸한 산책 코스로도 일품이다. 산책로가 다양하다.

가족을 위한 코스, 연인을 위한 코스, 친구들을 위한 코스 등 각 코스마다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입장료가 싸다는 것. 어른은 900원, 노인과 아이는 공짜다. (02)450-9306

# 석촌호수

석촌호수는 원래 한강의 샛강이었다. 1970년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매립작업으로 호수가 됐다.

서울서 성남으로 가는 송파대로가 호수를 동호와 서호로 갈랐다. 아주 평범한 호수였다. 서울 낚시꾼들이 즐겨 찾기도 했다.

그러던 호수가 롯데월드가 들어서던 1980년대부터 새 단장을 했다. 아예 롯데월드의 일부가 됐다.

그러면서 벚나무를 심었다.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벚꽃 명소가 됐다. 분위기 좋은 카페, 맛집이 도열한 것은 물론이다.

젊은이들은 추억을 만들고 중년은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물가에 핀 벚꽃을 바라보며 황량했던 호숫가와 잠실 벌판의 옛 모습을 더듬어 본다.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난다. 석촌호수 관리사무소 (02)410-3691

롯데월드(02-411-2000)도 꽃시즌에 맞춰 20일까지 ‘벚꽃축제’를 계획했다.

7일 오전 10시에는 벚꽃길을 걷는 느림보 마라톤대회를 열고, 37인조 여성밴드가 펼치는 거리 콘서트도 준비했다.

석촌호수에서 잠시 자리를 옮기면 올림픽아파트(송파구 오륜동)에 닿는다. 아파트 주위를 빙 둘러 개나리꽃이 만발해 있다. 온통 노란 세상이다.

# 남산

남산에 올라봤던 서울시민은 몇 %나 될까. 너무 친근해서일까. 서울 시민이 무시하는 대표적인 명소가 바로 남산이다.

남산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산이다. 진정한 남산의 맛을 아는 시민은 매일 아침 산을 찾는다. 봄이면 완전히 꽃산이 된다.

벚꽃은 물론 진달래, 철쭉 등 온갖 봄꽃이 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산 아래까지 드리워진다. 간단한 트레킹을 겸한 봄나들이에 제격이다. 볼 것도 많다.

식물원, 동물원은 물론, 안중근의사 기념관, 남산골한옥마을, 팔각정, 서울타워 등 온종일을 투자해도 모자란다.

남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세 가지. 장충체육관-국립극장을 거쳐 정상의 팔각정까지 갔다가 도서관 길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이다.

오를 때에는 총 4,250여 걸음, 내려올 때에는 720여 계단이다.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동국대에서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총 621계단에 3,770 여 걸음으로 오르는 데 52분, 내려오는 데 35분이 걸린다. 남산공원 관리사무소 (02)753-2563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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