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래 물가 안정세의 일등공신이었던 국제 유가가 최근 강력한 상승세를 타면서 하반기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물론 3월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대로 안정된 상태이다.또 정부 역시 올해 물가관리목표 설정 때 연평균 유가(두바이산 기준)를 20~22달러로 설정했기 때문에 돌발사태가 없는 한 연간 3% 내외의 안정세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가와 함께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소비확대 조짐,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세, 환율 불안 현실화 가능성이 맞물리며 자칫 정부의 물가 관리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유가·원자재·환율 동향 및 전망
올해 경제운용계획 발표 당시인 지난해 12월말 현재 배럴당 17.91달러(두바이산 기준)였던 국제 유가는 2일 24.63달러로 3개월여만에 6.72달러(37.5%)가 급등했다.
우리나라 연간 원유수입량을 9억배럴이라고 볼 때,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흑자는 연간 9억달러 가량 줄어들고, 소비자물가는 0.07%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재경부는 보고 있다.
연평균 유가가 25달러 수준을 기록할 경우 정부 당초 전망보다 유가 요인만으로 물가가 최대 0.35% 포인트 오르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긴장 및 러시아의 감산 결정 등을 감안할 때 연간 유가 평균이 당초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와 함께 올들어 20%나 상승한 천연고무를 비롯해 구리와 납 등 국제원자재 값의 상승세, 불안한 환율 등도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요인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의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이는 지난해초 환율 상승과 의료보험 수가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급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상승세이다.
그나마 소비자 물가에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매매가격이 포함되지 않은데다, 전월세 가격 상승도 아직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유가급등과 향후 전망’보고서에서 “향후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고유가는 물가상승, 성장률, 경상수지 적자의 삼중고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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