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퍼붓고 있는 고강도 무력대응은 전쟁의 목적과 방향감을 상실한 ‘화풀이’ 에 불과하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들이 1일 보도했다.샤론 총리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고립으로 몰아넣을수록 스스로의 정치기반과 국제여론에 역풍만 불러일으킬 뿐이며, 아라파트는 오히려 순교자와 대의명분의 상징성을 얻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간 갈등과 충돌의 역사는 보편적 재래전의 형식이 아닌 신념과 극우주의에 따른 자기파괴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은 충돌만 확대재생산할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폭탄 테러와 같은 극단적 반 이스라엘 투쟁은 과거 테러 전문가만이 쓰던 수법이었으나 지금은 팔레스타인 소년소녀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 처럼 대중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샤론 총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은 바로 군사적 승리를 추구하는 데 있으며, 팔레스타인 사태에서 군사적 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이 같은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는 ‘광기’ 이며 팔레스타인 자살폭탄 테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허리에 폭발물만 두르면 가능한 자살폭탄 테러는 허름한 마굿간이나 닭장, 차고 같은 곳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해 샤론이 ‘테러 인프라’ 라고 지칭할 만큼의 대대적 군사행동의 타깃이 될 수 없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군사전문가 로니 샤케드는 “이스라엘군이 내걸고 있는 테러에 대한 전략적 억제는 환상에 불과할 뿐” 이라며 “실상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고 말했다.
예비군을 끌어내고 엄청난 군사장비를 동원하면서 막상 전략적 목적이 불분명한 데 따른 이스라엘 군부의 혼선도 적지 않다. 27일 이스라엘 네타냐의 호텔 폭탄테러 직후 열린 비상각료회의에서 아라파트를 축출시키겠다며 흥분하는 샤론 총리에 군부와 온건파들이 강력히 반발, 고립시키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는 후문이다.
샤론이 아라파트에 대한 고삐를 죌수록 국제사회, 특히 아랍은 중동사태의 해결사로 아라파트의 중요성을 주장할 것이고, 이스라엘 연정도 강온으로 갈려 취약해질 수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하메드 다흘란 보안책임자는 “샤론이 아라파트를 지옥으로 보내려면 샤론도 지옥에 같이 갈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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