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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호철씨 "문인 마구잡이 양산, 문화 속물화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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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호철씨 "문인 마구잡이 양산, 문화 속물화 부추겨"

입력
200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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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호철(70)씨가 최근 우리 문단의 ‘문인 거품’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이씨는 월간 ‘문학사상’ 4월호에 기고한 칼럼 ‘1세기 전 니체의 예언과 오늘의 우리 문단-문인들이 마구 양산되는 현 문화 상황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낡은 틀을 부수고 새 틀을 꾸려내 보자는 ‘구조개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문화, 좁게는 우리 문단을 두고 말한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구조개혁의 가닥을 잡아가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먼저 문화인의 기준이 애매해진 오늘날의 상황을 짚으면서 “스스로 문화인으로 자처하고 여기저기서 설쳐대며 악악대고 문화인 폼만 잡으면, 그렇게 몇 년 지나다 보면 어느새 그럭저럭 문화인 대열에 끼여들게 되는 것이 작금의 우리 문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신인의 데뷔 과정이 신빙성을 잃게 된 현실을 개탄했다.

“오늘에 와서는 죄다 그 무슨 ‘거품’ 속에 휘말려 들어 관련 간행물이며 상이며 작가며 시인이며 너무너무 마구잡이로 양산되어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경지에까지 와닿아 있다.”

이씨는 “앞으로 1세기 뒤에도 독자라는 것이 계속 존재하게 된다면 끝내는 정신 그 자체가 악을 뿜어내게 되지 않을까.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는 사태는 긴 눈으로 보자면 쓰는 일 뿐 아니라 사고하는 것마저 부패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던 1세기 전 니체의 예언을 상기시켰다.

“오늘 우리 문화상황은 니체가 우려했던 전(全) 속물화의 경지를 뛰어넘어 기괴한 야만 세계로 함입(陷入)되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이씨는 “누구나 저자가 되어 모두가 아귀다툼으로 글을 쏟아내는 사태는 소위 왈, 민주주의에 걸맞을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또 무엇을 부패시키며 썩어가게 할 것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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