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무기라구요? 아니요. 치한의 급소를 가격, 일격에 퇴치할 수 있어요.”매주 월 수 금 오후 7시 서울시청 체력단련실에서는 키 169㎝의 늘씬한 여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무술시범을 선보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대한경호무술 경무도협회 소속 사범 이은주(26ㆍ2단)씨가 시청의 경호무술동호회 정기모임에서 회원들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어떤 폭력도 제압할 수 있는 관절꺾기와 상대의 힘을 이용한 메어던지기, 좁은 공간에서 가능한 특수 발차기 등 50여가지 동작을 가르치는 이씨의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경호무술이라니까 보디가드를 연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경호무술은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주변을 지키는 생활체육일 뿐 아니라 여성에게는 발차기를 통해 허벅지와 뱃살이 빠지는 최고의 다이어트 요법이죠.”
3년전 친구의 소개로 협회 사무실 행정사원으로 취직했다가 경호무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범으로 나선 이씨는 대학에선 영문학을 전공하고, 여고 2학년때 에어로빅을 좀 했을 뿐 다른 운동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이씨는 “힘들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처음엔 다양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기초체력이 보강되면 상대가 주변사람을 공격할 때 옆에서 대처하는 꺾기기술부터 배웁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일 아침 6시 사무실 근처의 체육관으로 출근해 1시간씩 단전호흡과 낙법 등 기초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협회의 고단자들에게 인체의 역학적 약점과 생리적 급소를 이용한 특수 호신술을 배운다. 가스총과 전자충격기, 삼단봉 사용법도 틈틈이 익힌다.
이씨의 부모님은 처음엔 “왜 여자가 험악한 격기를 하느냐”며 말렸지만 지금은 건강한 딸의 모습에 만족해 한다. 남자친구 역시 이씨가 밤길을 혼자 다녀도 안심이 된다며 좋아한단다.
“운동을 시작한지 3년만에 경호무술 2단을 땄지만 아직은 현직 경호원으로 활동할 계획이 없습니다”라는 이씨는 “시청의 동호회 사람들도 당장의 목표는 6개월후 단증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해소 차원의 성격이 강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시청 동호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해 11월. 동호회를 결성한 회원들이 협회로 강습 문의를 해오자 경호무술 보급을 위해 흔쾌히 승락한 것.
사범들과 함께 일주일에 1~3차례 이곳에 들르면 가끔씩 나오는 여성 회원들이 특히 반갑다. 군살빼기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마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보기좋게 적당이 살이 쪄 몸매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동호회 유광봉씨는 “다른 무술과의 차이점은 발로 차는 공격을 간단하게 급소를 눌러 제압한다는 점”이라며 “내 몸을 내가 장악하고 있다는 든든함이 생기고 집중력이 좋아져 직장의 업무능률도 향상됩니다”라고 자랑했다.
이은주씨가 여성들에게 소개한 치한퇴치법은 간단하다. “하이힐로 발등찍기와 무릎으로 급소가격이 기본입니다. 이렇게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즉시 대피하세요.”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경호무술이란
경호무술은 고려시대 왕을 보위하던 내군들의 궁중무술에 현대의 호신술을 접목한 신흥무예. 주로 경호 및 경비에 적합한 실전무술로 아직은 태권도나 합기도 유도 검도 등과 같이 국가 공인의 통일된 단증을 발급하진 않지만 많은 단체에서 보급중이다.
국가기관이나 사설 경호업체에선 경호원이 필요할 때마다 무술 유단자를 대상으로 자체기준에 맞는 인원을 뽑는다.
따라서 통일된 채용기준은 없으며 다른 무술경력이 없는 경호원 희망자의 경우 경호무술 단증에 도전하는 방법도 있다.
1992년 설립된 사단법인 대한경호무술경무도협회(회장 김왕기)에서는 매월 단증심사를 실시하는데 협회에 소속된 전국 248개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보통 1년쯤 지나 초단 심사에 지원할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합기도나 태권도 등 다른 무술 유단자는 2~3단에 도전해볼 만 하고 초등생은 태권도의 품에 해당하는 부 1단을 따게 된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2,000여명이 단증을 가지고 있고 경호, 경비업체에 취업 추천을 해준다고 한다.
김왕기 회장은 “요즘에는 경호원 취업을 위해 단증을 취득하는 경우외에 명예차원에서 도전하는 일반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02)333-7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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