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접어들면서 우수 경주마 생산을 위한 짝짓기가 시작돼 말들의 애환이 흥미를 자아낸다.2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이 달부터 7월까지 모두 1,100여두(제주 900두, 원당 200두)의 암말(종빈마)들이 제주 경마육성목장과 원당목장에서 교배를 하게 된다. 암말과 합방하는 일명 씨내리말(씨수말) 25두는 10억원을 호가하는 우수품종.
특히 97년 도입한 ‘라시그니’는 부대비용을 제외한 순수 몸값만 98만달러(약 13억원)에 이른다. 씨내리말들은 호텔수준의 마방에서 먹고 놀며 호강하다 미리와서 대기하는 암말과 씨내리작업에 들어가는 상팔자.
반면 암말의 발정상태를 확인하고 비싼 씨수말이 암말의 뒷발차기에 채이지 않게하는 시정마의 처지는 애처롭기만 하다.
시정마는 짝짓기가 이뤄지는 종부소에서 암말의 중요부분을 애무해 서로 흥분에 이르면 곧바로 주인공 씨수마가 등장하고 시정마는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무대뒤로 사라진다.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문전에서 헛물만 켜는 시정마의 수명이 다른 말들에 비해 훨씬 짧은데, 원인인즉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 현재 제주에 2두, 원당에 1두가 있다.
한평생 경주마를 위한 연구실험을 당하는 실험마의 신세도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경주마용 러닝머신에 올라 끝없이 달려야 하는가 하면 각종 주사기에 찔려야 한다. 사후에는 신약 개발을 위해 비장 등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품격있게 사는 승용마는 승마용 말을 일컫는다. 우람한 체격에 미끈한 몸매, 기름진 털, 탄탄한 근육, 똘망똘망한 눈망울 등 한눈에도 보기가 좋다.
A급의 경우 100만달러가 넘는 승용마는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 성적부담이 있긴 하지만 부유한 마주의 보호아래 격조높은 생애를 살아간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미식가들의 스테미너식으로 애용되는 육용마는 실로 박복한 말팔자. 우리나라에는 말고기를 먹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사료(史料)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 조랑말 육포는 최고의 궁중 진상물이었고 연산군은 말고기를 정력보강용으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주마는 너무 질겨 식용으로 부적합하다. 마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주에서 퇴역했거나 부상으로 쓸모없게 된 말은 동물원 맹수 사료용으로 가공돼 비장한 최후를 마친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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