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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93일간축제 시작 / 세상의 속도에 광주는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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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93일간축제 시작 / 세상의 속도에 광주는 저항한다

입력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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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광주비엔날레가 ‘멈_춤, P_A_U_S_E, _지(止)_’를 주제로 지난달 29일 개막돼 6월 29일까지 93일간 계속된다.한국 94명을 포함한 33개국 328명의 작가가 참여한 2002 광주비엔날레는 국가ㆍ장르별 전시, 혹은 본전시ㆍ특별전으로 이뤄지지 않고 각각 주제를 가진 4개의 프로젝트 전시로 구성됐다.

전시장소도 전시실을 벗어나 5.18 당시 헌병대 영창과 법정, 광주 도심의 철도 폐선 부지 등 역사ㆍ생활공간 속으로 확대됐다.

‘멈춤’은 “세계화, 디지털, 속도 숭배와 같은 위력적 코드의 공세 속에서 보다 새로운 창조와 모험의 예술적 움직임을 이끌어낼 응축의 시간을 갖자는 제안”이라고 성완경(58) 예술감독은 설명한다.

공식 개막에 앞선 프레스 오픈(Press Open) 행사에서 전시 공간을 둘러본 국내외 기자, 미술 관계자들은 이번 비엔날레를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프로젝트1- 멈춤’이 열리고 있는 광주 중외공원 내 비엔날레관 1~4, 6 전시실은 정돈된 작품의 진열 대신, 마치 건축공사장이나 시장판에 들어선 것처럼 어수선하면서도 묘한 활력을 느끼게 한다.

전시장 안에 또 다른 전시공간인 파빌리온(Pavillionㆍ정자)이 스물여섯 채 들어서 있다.

아직 세계 미술의 주류가 아닌 대안공간그룹의 젊은 작가들이 톱질, 망치질, 붓질에 여념이 없다.

빨랫줄에 배추와 파를 씻어 널고 나서 플로라이드 카메라로 그것을 찍어 전시하는 젊은 미술인도 있고, 폴크스바겐 승용차를 뒤집어 거꾸로 매달아 놓고 그 안에 타 보라고 관람객을 이끄는 설치작가도 있다.

미로 같은 가건물을 짓고 그 안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찍은 기념사진을 차례로 붙여놓은 한국 작가도 있다.

프로젝트1의 공동 큐레이터인 대만계 프랑스 큐레이터 후 한루는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가 아니라 라이브 이벤트(live event)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비엔날레관 5전시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2- 저기 이산의 땅’은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이 직면하고 있는 이산의 문제를 다룬다.

일본, 미국, 베이징,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브라질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를 작품과 다큐멘터리 필름, 단편영화로 보여준다.

‘프로젝트3- 집행유예’는 광주비엔날레의 장소적 특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획.

1980년 당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구금되거나 재판받았던 5.18자유공원 내에 원형대로 복원된 구 헌병대 건물이 전시장소이다.

내무반과 사무실은 물론, 식기세척장과 영창, 법정이 그대로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유치장 창틀을 연상시키는 구조의 스크린에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등의 옛 유행가로 만든 뮤직비디오를 내놓은 배영환, 텅 빈 내무반의 하얀 벽을 그대로 ‘백일몽’이란 작품으로 만든 박불똥 등이 눈에 띈다.

동백림사건으로 2년6개월간 투옥됐던 이응노 화백이 옥중에서 밥풀과 종이를 이겨 만든 인물조각과 한지에 먹으로 그린 자화상도 이 프로젝트에서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프로젝트4- 접속’은 옛 남광주 역사 주변 10.8㎞의 폐선철도 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70여년 간 도시의 젖줄이었지만 이제는 버려진 거추장스런 존재인 철도 부지가 비엔날레의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프로젝트4는 낮보다 밤에 둘러보는 것이 더 낫다. 도시의 야경과 설치미술ㆍ회화가 만나는 현장전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침목들을 일으켜 세워 사람의 형태를 만든 작가도 있고, 아예 철로 주변의 땅을 2㎙나 파내려가서 지층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폐선철도가 주는 시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작가도 있다.

광주=하종오기자joha@hk.co.kr

■"전시수준 참신함 지나쳐 미숙"비판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줄, 짜릿한 깨달음의 가능성을 모색했다.”(찰스 에셔ㆍ프로젝트1 공동 큐레이터)

“이런 전시회 보기 힘들 거다. 개막은 있으나 폐막은 없는 비엔날레이다.”(후 한루).

기획자들은 2002 광주비엔날레의 특성을 이런 말로 설명했다. 현재진형형(ongoing)의 미술행위가 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의도보다는 참신함 혹은 역동성에 대한 경도가 지나쳐 미숙함을 드러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주최측의 준비부족으로 개막일 하루 전까지 작품 설치가 전체의 70%에도 못미쳐 참여 작가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개막일 다시 둘러본 전시장은 그런대로 정돈된 모습이긴 했지만, 그렇잖아도 낯선 대안적 개념의 작품들이 일반 관객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미술평론가 하대원씨는 “74억원이라는 예산으로 과연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은 “자칫 국가적 망신을 살지도 모르는 지경”이라고 혹평했다.

프로젝트3은 전시공간에 대한 착상은 몰라도 전시내용의 수준이 의문스러웠고, 폐선 철도를 이용한 프로젝트4도 해외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에서 이미 시도됐던 형식인데도 이번 기획은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

그는 나아가 “광주비엔날레가 기로에 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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