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가 된 매향리(梅香里)가 매화나무 가득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합니다.”지난 50여년간 미 공군의 폭격 연습으로 ‘죽은 땅’으로 변한 경기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미 공군사격장 일대에 500그루의 매화나무를 심은 시인 홍일선(洪一善)씨는 1일 희망을 심었다고 말했다.
모임 ‘매화향기 그윽한 매향리를 꿈꾸는 문화예술인들’의 ‘희망의 매화나무심기’행사를 이끈 홍씨는 준비기간 내내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냈다고 한다.
지난 달 31일 매향리 사격장 철조망 주변에서 벌어진 희망의 매화나무심기행사에는 시인 고은 소설가 현기영 아동문학가 권오선 등 문학인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향교회 앞 철조망에서부터 1㎞구간에 2년생 홍매화나무 500그루를 심고 이름표를 붙였다.
지난 2월부터 그루 당 1만원의 성금을 모집해 구입한 매화나무에는 백낙청 권정생 박범신 김성동씨의 이름도 있다.
홍씨가 이곳에 매화나무를 심기로 한 것은 매향리를 되살리기 위한 염원에서 시작됐다.
매향리는 원래 바닷가에 매화가 피면 매화향이 진동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러나 1951년부터 미군의 폭격연습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매화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경기도 출신 문인들이 뜻을 모았고, 희망의 매화나무 심기운동으로 이어졌다.
홍씨는 “사격장 부근 철조망 8㎞구간 전체에 매화나무를 심은 뒤 서해안고속도로 발안IC에서 매향리 마을에 이르는 도로변에 매화나무 길을 조성할 것”이라며 “2~3년 후 매화향이 화약냄새를 덮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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