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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력산업 개편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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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력산업 개편 소모전

입력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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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에 반대하는 발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고, 전력공급 비용이 증가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또 파업에 대한 정부와 5개 발전회사측의 강경 대응으로 일자리를 잃는 등 피해를 보는 조합원도 증가하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를 둘러싼 최근의 파업사태에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구조개편과 민영화가 과연 필요한지 여부이다.

둘째는 민영화 이후 종업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 문제다.

노조는 공식적으로 파업과 관련해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그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 때문이지, 정부가 국회를 통해 확정한 정책이 우리 경제의 효율을 저하시킬 것을 우려해 파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 문제는 최근의 파업사태에서 사실상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했다.

셋째는 파업이 갖는 의미다.

노조는 자신의 고용이나 근로조건 때문이 아니라 나라 경제에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책을 폐기시키기 위해 파업중이다.

노조는 국회를 통과한 전력산업 구조개편법에 따라 구조개편과 민영화가 이루어질 경우 전력요금의 상승과 전력공급 차질 등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정책을 번복시키기 위해 전력공급의 중단을 목표로 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조는 자신보다는 이 나라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눈으로 볼 때 비효율적인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업을 벌이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 파업의 본질은 전력산업 구조개편법과는 관련이 없다.

노조는 다만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책을 국민이 선택하지 않도록 파업시위를 벌인다는 것인데, 이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가 문제다.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전력산업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산업이며, 정책의 수립· 집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구조개편을 통해 이윤동기와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독점요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전력이 필수서비스이기 때문에 국가가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논리에 따르면 쌀, 의약품, 고기, 채소 등 수많은 필수품을 모두 국가가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구조개편에 따라 요금이 급등한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개편과 민영화 결과, 더 잘된 사례도 많고, 체르노빌 원전과 같이 구조개편과 민영화를 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참극이 빚어진 사례도 있다.

구조개편을 잘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이를 잘 못하면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

또 구조개편을 안 해도 운영을 잘못하면 참극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제도를 잘 만들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기하고 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민영화 이후 고용문제는 민영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로, 정부와 노사가 ‘협상게임’을 통해 민영화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가치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업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파업의 위협은 전력산업 구조개편법뿐만 아니라 앞으로 노조가 반대하는 모든 국가정책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슈가 되는 것은 전력산업 구조개편법이 아니라 국민의 정책 선택권이다.

만일 전력공급 중단의 우려 때문에 국민이 이번에 노조측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앞으로도 전력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수반하는 특정집단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과 민영화는 2010년 이후에나 완료될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제로, 이미 결정된 정책은 구조개편과 민영화의 큰 방향을 정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결정해야 할 정책이 많다.

이제는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중단하고, 전력산업에 대한 최선의 정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이다.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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