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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매 '공신'에서 '파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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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매 '공신'에서 '파괴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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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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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수호신이었던 프로그램 매매가 돌연 시장 파괴자로 얼굴을 바꿨다.그동안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공세를 받아내며 지수 900선 돌파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 매수세가 1일 10거래일만에 순식간에 매도세로 돌아서며 3,000억원대의 매물을 쏟아내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프로그램 매매의 양면성을 보여준 단적인 하루였다.

전문가들은 “수급을 떠 받치고 있던 프로그램 매수세가 선물시장 약세에 따라 이익실현 차원의 매도세로 급반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1조2,000억원대에 달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향후 매물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조정 흐름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매가 뭐지

프로그램 매매란 투신사, 은행,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수관련 대형 우량주 15종목 이상(보통 30~50종목)을 한 묶음(바스켓)으로 해 컴퓨터에 여러가지 조건을 입력(프로그램)한 뒤 시장 상황이 이 조건에 맞으면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이 종목을 한꺼번에 매수, 또는 매도하는 것이다.

바스켓은 KOSPI 200 종목 중 골라서 구성하며 때문에 프로그램 매매는 지수와 큰 관련성을 갖는다. 프로그램 매수가 많으면 지수관련 대형주 매수가 많다는 것이고 당연히 주가는 오르게 된다. 반대로 프로그램 매도가 많으면 지수관련 대형주가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수는 하락한다.

프로그램 매매엔 차익거래와 비차익 거래가 있다. 차익거래란 선물과 연계된 거래로 지수 선물과 지수 현물(현재의 KOSPI 200지수)간의 차이(베이시스)를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 돼 있으면(콘탱고, 베이시스가 플러스) 저평가 돼 있는 현물을 사고 동시에 선물을 파는 개념인데 이 때 현물을 산다는 것은 바스켓으로 구성돼 있는 지수관련 대형주들을 프로그램으로 한꺼번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물을 사고 동시에 선물을 팔아 그 차익을 얻거나 반대로 선물보다 현물가격이 높으면(백워데이션, 베이시스가 마이너스) 현물을 팔고 동시에 선물을 사 차익을 얻는 것이 차익거래다.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는 선물과 상관없이 일정한 조건으로 입력해 둔 프로그램에 의해 바스켓 구성 종목을 한꺼번에 사들이거나 파는 형태로 이뤄진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

1일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3,000억원 어치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터져 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직전 거래일인 3월29일까지는 프로그램에 의한 매수세가 지수 900을 돌파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3월18일부터 29일까지 열흘동안(거래일 기준) 외국인이 3,548억원치, 개인이 1,256억원치를 팔아 치웠지만 이 기간 동안 8,923억원어치의 프로그램 순매수(차익+비차익)가 유입되며 지수를 떠 받쳤다.

900선을 돌파한 3월27일에도 개인이 2,415억원어치를 순매도 하고, 외국인은 160억원어치 소폭 순매수에 그쳤지만 1,934억원어치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사실상 지수를 견인한 셈이다.

■차익거래 잔고 시장 압박

이처럼 장을 지지하던 프로그램 매수세가 매도세로 돌아서자 전문가들은 시장이 당분간 조정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지승훈 수석연구원은 “1일 선물시장 약세로 시장 베이시스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이익실현 차원에서 대량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며 “차익실현을 위한 프로그램 매도청산 과정이 당분간 지속되며 지수가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들이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수로 사들인 주식 누적분량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3월26일 9,200억원어치, 27일 1조516억원어치, 29일 1조1,841억원어치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시장 압박 요인. 프로그램 매수로 사들인 주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 대량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종원 연구원도 “급증한 매수차익거래 잔고에서 보듯 지난 주 시장 베이시스의 강세로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의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번 주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소화할만한 뚜렷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장이 단기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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