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길에 MBC FM ‘음악살롱’을 들었습니다.윤상이 물러나고 ‘노장’ 이종환(65)이 새로 진행을 시작한 날입니다.
자칭 ‘윤마담’이라며 다정한 목소리로 오전 시간대의 주청취자인 주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려 했던 윤상의 자리를 낮고 텁텁한 목소리, 투박한 진행의 이종환이 어떻게 메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유라와 짝을 이룬 MBC AM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인가와 인상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개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한 말도 생각났습니다.
이종환은 “4, 5년 전부터 음악프로를 달라고 졸랐다”고 밝혔습니다.
정작 그의 주가를 높여준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대해 그는 “그 프로에서 나는 배삼룡이다. 바보가 되니까 사는 것”이라며 꽤 냉소적이었다고 합니다.
또 “예전에는 라디오가 청취자들을 이끌었다”며 앞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겠다”고 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음악이 없고 말이 많아진 FM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잊지 않았지요.
하지만 적어도 첫 방송은 그가 밝힌 포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음악이 특별히 많은 것도, 평소 잘 들을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클래식이 조금 많았을 뿐이지요. 진행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식이었습니다.
첫 날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유난히 옛날, 요즘, 나이 먹다, 젊은, 늙은, 달라진 세상 등등의 멘트가 많았습니다.
전화를 건 청취자가 이종환 ‘선생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음악이 많거나 특색 있는 것도 아니면서 옛날 얘기, 누구나 아는 얘기를 아침부터 설교조나 훈계조로 듣는다면 그다지 상쾌할 리 없습니다.
그것도 식구들 출근시키고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면서, 혹은 직장에서 일하는 도중 은은하게 듣기에는 말이죠.
MBC가 경쟁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유열(KBS2)과 김창완(SBS)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알고있으면서도 이종환을 선택했을 때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지만, 글쎄요.
결과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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