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노가다판’이라고 하는 건축 현장.여기저기 자재가 널려있고 먼지투성이어서 TV 카메라가 반기지 않을 듯 하지만 그게 아니다.
건축사, 인테리어디자이너 등 건축관련 직업이 의사, 변호사 등이 주를 이루던 드라마에서 새로운 인기 직업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MBC 미니시리즈 ‘선물’의 주인공 혜진(송윤아)은 능력을 인정받는 건축학도. 아예 청바지에 안전모 차림으로 공사현장을 누빈다.
다른 주요 등장인물도 건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혜진이 휴학하고 현업에 뛰어들면서 건축회사가 배경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혜진이 사랑하게 되는 경식(손지창)도 건축가이고, 연적인 미란(김지영)은 인테리어전문가다.
KBS2 주말연속극 ‘내 사랑 누굴까’에서 현식(류진)도, KBS1 일일연속극 ‘사랑은 이런 거야’에서 미혼모로 새로운 사랑찾기에 성공하는 훈숙(윤해영)과 준범(이창훈)도 모두 건축가다.
SBS 일일아침드라마 ‘엄마의 노래’에서도 수진(홍수현)은 건축학과 대학생으로 나온다.
3월 종영한 ‘겨울연가’(KBS2)에도 남녀주인공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이 건축가로 설정돼 스키장 리모델링 작업을 하는 과정이 그려졌고, ‘그 여자네 집’(MBC)의 영욱(김남주)은 리모델링 전문가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부쩍 높아진 건축 디자이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
200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고교생 1만1,0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중 건축학과가 3위를 차지했고 건축설계사와 인테리어디자이너도 각각 선호직업 6, 7위에 올랐다.
건축가에 대한 인식과 인기를 높인 프로그램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의 ‘러브하우스’코너다.
여기에 참여한 남궁선 양진석에 이어 이창하 김원철 등 인테리어디자이너들이 한결같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선물’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건축이 집을 짓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러브하우스’가 방영된 후 사람들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직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진으로서는 건축가가 의사, 변호사 등 드라마가 기존에 선호하던 전문직과는 차별적인 영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하고,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직업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선물’의 이승렬 PD는 “건축디자이너는 더구나 그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서 영상에 적합하다”며 “도시생활에서 대중은 늘 건축과 가까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건축과 인테리어가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직업으로 그려짐으로써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