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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드라마시티 - 아름다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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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드라마시티 - 아름다운 청춘

입력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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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1980년 8월 삼청교육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신군부가 집권하면서 이른바 ‘사회악’을 청소하겠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선량한 국민까지 군부대에 집어넣었던 삼청계획 5호 작전.

당시 중고생이었던 이들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반 친구 1, 2명이 어디론가 끌려간 사건’이었다.

3월31일 밤11시 방송한 KBS 2TV ‘드라마시티- 아름다운 청춘’(극본 진수완, 연출 김용수)은 20년도 훨씬 지난 이 삼청교육대의 아픈 기억을 불쑥 되살려냈다.

교복 입은 고교생은 무조건 뛰고 싸웠다는 영화 ‘친구’ 식의 화려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신군부와 삼청교육대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옛 청춘들에 대한 씁쓸한 반추이다.

주인공은 반 아이 2명을 삼청교육대에 보내려는 선생님(김갑수)과 이에 저항하는 또 다른 고등학생 2명(연정훈, 강성민).

평소 선생님의 프락치 노릇을 하며 불법과외를 받아온 영재(강성민)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 반 친구까지 사지(死地)에 내몰려는 선생님에게 결국 반기를 든다.

“불법과외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이같은 1980년의 암울한 시대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해 드라마가 선택한 것은 지루한 대사나 사건이 아니라 순간순간 스쳐가는 배경 화면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청산된 ‘박정희 시대’였지만, 교정에는 여전히 이순신 장군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고, 교실에는 큼직하게 쓴 ‘반공 방첩’이라는 급훈이 걸려 있는 시대.

그것은 곧 성인이 된 지태(연정훈)의 고백처럼, “개성보다는 전체가, 양심보다는 권력이 중요했고 무서웠던” 시대였다.

드라마는 결국 선생님의 승리로 끝난다.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위해서는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신념으로 자신을 배반한 영재를 삼청교육대에 보낸다.

선생님은 그날 밤 얼음 언 저수지에서 실족사 했지만, 권력에 빌붙은 기득권자 한 사람의 도태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숨 죽여 살아야 했고, 지태는 그날 이후 영재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분노하지 못한 탓에 절망만을 선택한 아이들은 과연 1980년에만 존재했던 것일까.

늘 새로운 독재자 앞에서 신음해야 했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그 아이들처럼, 부패한 권력은 언제나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영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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