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부모의 묘지를 미국으로 이장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부모의 묘지를 가까운 곳에 모시면 명절 때 한국으로 갈 필요도 없고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2남 4녀중 막내인 김기철(50)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케네디 공항에서 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기다렸다. 장남인 기인(57)씨가 한국 묘지에 안장돼 있던 부모님의 시신을 화장해서 가져오는 길이었다.
6남매 모두 뉴욕에 이민, 한 동네에 모여 사는 김씨 가족들은 부모님의 유골을 롱아일랜드 파인론에 이장, 틈나는 대로 찾아 뵙기로 했다. 기철씨는 “자손들이 가까운 곳에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묘지 이장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 무궁화상조회는 한인전용 묘지인 무궁화 동산을 민족의 선산으로 가꾸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있다. 이 상조회에 따르면 최근 무궁화 동산으로 고국의 부모 묘지를 이장한 사례는 5건에 이른다.
공인장례사 하봉호씨는 “올해 들어 4명의 시신을 한국에서 뉴욕으로 이장했다”며 “묘지 이장에 관한 한인들의 전화 문의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머스트에 사는 양현숙(72ㆍ가명) 할머니는 “예전에는 영감이 있는 한국에 묻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식과 손자들이 있는 미국이 나을 것 같아 묘지 2기를 구입했다”며 “자식들에게 아버지 묘를 미국으로 이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장묘 상담인 유기락씨는 “편부모를 모시고 사는 한인 젊은 부부들이 묘지 이장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잦다”며 “특히 조부모를 모르는 자녀들에게 가족문화와 뿌리교육을 가르치려는 한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묘지를 미국으로 이장하는 한인들은 주로 유해를 화장해 운송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유해를 화장하면 한국과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 서류가 복잡하고, 반드시 장의사를 통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시신을 그대로 운반해 이장하는 한인들도 적지않다.
/뉴욕=연창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