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원회가 30일 출범 2개월 만에 고위공직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대한 비리 감시활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부방위는 특히 첫 작품으로 전직 검찰총장(장관급), 현직 차관급 검사 등 부패단속의 성역으로 간주돼온 사정기관을 겨냥, 그 위상을 배가했다.
고발된 전ㆍ현직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인사청탁 등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비리 제공자 또는 내부 고발자의 신고로 혐의가 포착됐다.
지금껏 부방위에 접수된 부정부패 신고 800여건 가운데 상당수가 내부 신고인 점으로 미뤄, 공직사회에서 내부 감시를 통한 비리 예방이 정착될 조짐이다.
그러나 이번 고발 조치는 독자적인 조사권이 없는 부방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표출한 측면도 강하다.
부방위는 신고접수 후 참고인 조사 등 방증수집 절차를 철저히 거쳤다고 밝혔으나, 정작 피신고인에게는 해명이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부방위 관계자는 “법적 한계로 인해 신고 내용 만으로 고발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고발 당한 고위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면서 “상급자에 대한 불만에서 표출된 음해성 고발”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신고자 중에 2차례 전과 전력이 있거나, 상급자의 인사정책 등에 불만을 가진 사람 등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고발된 헌법기관의 관계자는 “국가 기관인 부방위가 한건주의에 빠져 엄격한 검증 절차도 없이 개인을 매장 시키려 한다”면서 신고자를 무고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방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 조치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신고자들은 부방위가 고발 조치를 한 지 하루도 안돼 신원이 드러나고 있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신변보호는 물론이고, 피신고인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비리금액의 10%를 포상금으로 받도록 돼 있다.
부방위가 사정기관의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비리혐의의 확인 작업과 고발에 신중을 기하고, 미진한 법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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