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6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20층.청주고 46회 동기생들이 35세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담임 선생님을 위해 마련한 추모식에서 추모사가 낭독되자 쉰을 앞둔 제자들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1973년 졸업한 3학년 1반 60여명들의 머리 속에는 유난히 꼿꼿하고 날카로웠던 당시 담임 고(故) 정교선(鄭敎宣)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김영환(金榮煥ㆍ47) 전 과기부 장관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제자들 집을 방문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살아계셨다면 교육계에서 큰 일을 했을 것”이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반장을 지낸 중학교 교사 지학근(池學根ㆍ48ㆍ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와 권태호(權泰鎬ㆍ48) 서울고검 검사 등은 ‘회초리를 유난히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인기가 높았던 선생님’을 회상했다.
서울사대 역사과를 졸업한 정 선생님은 영어교육 자격증을 딴 뒤 1970년부터 청주고에 부임했다.
46기 동기생들을 3년 연속 담임으로 이끌면서 많은 사랑을 베풀었지만 75년 1월 교통사고로 영원히 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그 동안 유족을 찾지 못해 추모행사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2000년 12월 동기생 홈페이지(www.c46.org)가 생긴 게 큰 도움이 됐다.
지난 2월 말 충북 교육청에서 선생님의 본적지를 확인했고, 수소문 끝에 찾아낸 유족과 7일 첫 만남을 가졌다.
“제자들이 너무 훌륭해서 남편이 훌륭한 교사로 남게 되는 것 같아 흐뭇하다”는 부인 김명자(金明子ㆍ59)씨는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장녀 의경(義卿ㆍ32), 장남 의진(義振ㆍ31) 의열(義悅ㆍ29)씨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의열씨는 “돌이 막 지난 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함께 찍은 사진이 1장 밖에 없다. 제자들 덕분에 아버지의 존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며 고마워 했다.
추모식을 지낸 동기생들은 이달 28일 충남 부여군에 잠든 선생님을 다시 찾아가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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