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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위협하는 소행성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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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위협하는 소행성을 찾아라

입력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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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지구에서 48만㎞ 떨어진 우주 공간으로 80㎙ 크기의 소행성이 지나갔다.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인 38만㎞보다 멀지만 드넓은 우주 차원에서는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간’ 격이다.

만약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혔다면 반경 50㎞ 이내가 모두 파괴되는 상황.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게돈’의 상황이 꼭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행성의 낭만은 이제 끝

19세기 말 독일의 천문학자 보데는 태양계 행성간 거리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행성 대신 소행성대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흩어져 있는 수백만 개의 작은 파편 덩어리.

태양계 형성 직후 만들어진 작은 천체가 충돌을 거쳐 돌덩이가 된 뒤 미처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남은 것과 그보다 큰 행성들간의 충돌로 인해 파괴된 잔해가 섞여있다.

소행성대 발견 초기에는 새로운 별을 발견한다는 기쁨이 있었다. 발견자가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일본 도쿄대 천문학과 후루가와 기이치로 교수가 1993년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백제시대의 승려인 ‘관륵’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국내에서도 소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천문가중에서도 1998년 대전시민천문대 이태형 대장이 국내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 지난해 ‘통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 소행성이 지구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미국을 중심으로 매달 수천 개씩 소행성을 관측하고 궤도를 예측하는 대규모 작업이 돼버렸다.

지금까지 160개의 소행성을 발견한 일본의 아마추어 천문가 와타나베 가즈오씨는 “1990년만 해도 4,508개의 소행성이 등록돼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2,500개씩 발견되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아마추어 낚시꾼이 기웃거릴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는 소행성

문제가 되는 소행성은 목성과 같은 거대행성의 중력이나 다른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궤도가 특이하게 변한 것들이다.

지름 1㎞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부딪히면 인류 멸망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천문학계에서는 지구에서 0.3천문단위(4,488만㎞)까지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지구접근천체(NEOs)라고 부르고, 그 중에서 지름이 150㎙ 이상으로 지구에서 0.05 천문단위(748만㎞)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지구위협천체(PHAs)라고 한다.

지구위협천체의 경우 각 국의 관심대상으로, 궤도를 계산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구한다. 지구접근천체의 90% 이상이 소행성이다.

지구위협천체 중 3월 말 현재 파악된 것만 390개. 하지만 파편이라고는 해도 크기는 수십 ㎞대도 있다.

이들이 지구에 부딪히면 대규모 폭발에 의한 분진으로 핵겨울 상황이 빚어지거나, 큰 해일이 발생해 6,500만년 전 공룡 멸망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 대상이 된다.

특히 1994년 7월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쪼개진 핵 20개가 목성에 충돌하면서 남긴 지구크기의 파괴 흔적과 불꽃은 지구위협천체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갖게 했다.

후루가와 교수는 “멕시코 유카타 반도 근처의 해일 흔적과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의 충돌 흔적을 볼 때 지구도 소행성 충돌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6개월 이전에 발견해도 파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지구위협천체가 약 800개 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문홍규 선임연구원은 “300㎙급 이상의 지구위협천체 중 10%밖에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름 1㎞급의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힐 확률은 20만 년에 1회 꼴이지만 궤도와 공전 주기를 계산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국내 소행성 탐구 어디까지

4월 말이면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남반구 밤하늘의 소행성 탐구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 천문우주학과가 공동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덜랜드의 남아공천문대에 관측소 건물을 짓고,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민천문대 이태형 대장의 소행성 첫 발견 이후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현재까지 101개의 소행성을 발견, 목록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목표는 간단하다.

지구로 돌진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발견, 궤도를 예측, 제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남아공에 망원경을 설치하는 것.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선임연구원은 “북반구에서는 미국 MIT대와 공군 링컨연구소가 합동으로 연구팀을 만들어 현재 발견되고 있는 소행성의 70% 이상을 관측하고 있다”며 “틈새라고 할 수 있는 남반구의 하늘을 한국에서 자동으로 검색함으로써 천문연구의 새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남아공에 설치되는 광시야 망원경은 구경 50㎝로 자동관측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연결장치를 갖췄다.

관측 계획부터 실제 관측, 자료처리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관측된 자료는 국내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다.

망원경은 남아공에 설치되지만, 따로 인력을 파견할 필요 없이 국내에서 제어하는 방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계획하는 대로 전세계에 걸쳐 경도 120도 일대에 6~10개의 망원경을 설치하면 지구를 쭉 돌아 24시간 내내 별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망원경과 시설, 인력을 갖추기 위한 예산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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