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전 한 장애인의 죽음을 보았다.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던 최옥란씨는 최저 생계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고, 병원비, 교통비 등 추가 지출되는 장애인 가구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최저생계비 산출방식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최근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철길을 점거하고 때로는 버스를 세워가며 시위하던 장애인들을 보았고, 장애인 보건의를 보건소장 임용에서 탈락시킨 충북 제천시에 대한 거센 항의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며, 노동운동이나 여성운동보다는 그 연원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장애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운동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애운동의 상당 부분은 법ㆍ제도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장애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인에 대한 규제와 사인간의 계약에 대한 관여가 불가피하므로 법이라는 강제수단에 의하지 않고는 그 해결책이 도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령의 개정, 제정 등이 주요한 요구사항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관련 법률로는,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 외에 장애인고용촉진법 및 직업재활법, 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이념적으로나 법체계상으로 서로 모순되는 면도 있고, 시행령 등에 위해 뒷받침되지 않는 선언적 규정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법률의 제ㆍ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이념적 기초와 방향성을 가지고 법률이 제ㆍ개정되어야 하는가.
궁극적인 해답을 위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장애인복지법 제3조가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한 사회통합의 실현’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의 생존권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며, 그 기반 위에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려가 제공되고, 나아가 장애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복지'와 '평등'이라는 두 이념은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항상 병행하여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법률은 대개 '복지'에 치우쳐 있었고, 그 내용 또한 실질적인 보호에 턱없이 모자라는 점이 많았다.
언제나 예산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등급 분류에 의한 획일적 급여에서 벗어나 급여 방식의 다양화를 통한 해결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이 시혜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평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복지'를 넘어 '평등'이라는 이념을 추구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법률적 뒷받침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장애인의 취업을 강제하기 위한 고용명령제도의 도입이 고려될 수 있으며, 장애인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집행력 있는 기관을 설치하여 위반행위에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고, 손해배상제도의 개선이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통한 장애인의 효과적인 권리 구제도 가능해 져야 한다.
'평등'의 문제는 '복지'와 달리 정부의 시혜적 관여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 부여 및 행사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등 실현을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조원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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