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친모인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母后)가 30일 런던 교외의 윈저성에서 향년 101세로 서거했다고 영국 왕실이 발표했다.왕실 대변인은 “여왕 모후가 지난해 말 독감과 폐렴을 앓은 후 최근 건강상태가 악화했다”며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36년 조지 5세의 왕위 포기로 동생(조지 6세)이 왕좌에 오르자 그의 아내였던 엘리자베스는 용기와 기품을 겸비한 국모로서 평생을 영국과 왕실에 헌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런던을 맹렬히 폭격하는 동안에도 전 왕실 가족이 런던을 떠나지 않고 재난에 처한 국민들을 위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그는 영국민들의 ‘마음의 어머니’로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 왔다.
1952년 조지 6세가 서거하고 장녀인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영국의 대모가 된 그는 왕실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고 윌리엄 왕자 등 왕손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할머니였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혼 등 4차례에 걸친 자손들의 결혼 실패로 왕실에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때에도 특유의 침묵과 당당함으로 시련을 이겨 나갔다.
국내 복지, 여성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350여 관련 단체의 후원자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왕 모후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외에서 깊은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그는 영국 왕실의 우아함과 용기의 상징이었다”고 추도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그의 서거는 영국의 막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의 대통령들도 고인에 대한 존경과 슬픔을 표했다.
여왕 모후의 유해는 31일 윈저성 인근의 올세인츠 왕실 교회로 옮겨져 찰스 왕세자 등 왕실 가족들이 특별 예배를 가질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10일간의 애도기간을 가진 뒤 8일 윈저궁에서 장례식을 가질 예정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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