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빈다’는 말은 어쩐지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깊은 공을 들이기 보다는 있는 음식을 아무거나 넣고 마구 섞어 먹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그러나 비빔밥은 결코 공들이지 않은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들어가는 여러 가지 재료가 맛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솜씨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주비빔밥은 상당히 수준에 오른 음식 명인들만이 상에 올릴 수 있는 절대 서민적이지 않은 음식이다.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으로 꼽혔고, 임금의 상에 오르는 4가지 수라(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전주비빔밥의 재료는 원래 30여 가지. 콩나물, 황포묵, 고추장 등이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밥은 소머리를 고운 국물에 진다.
뜸이 들 무렵 콩나물을 넣어 콩나물밥을 만든다. 콩나물은 원래 임실에서 나는 쥐눈이콩으로 발아시켜 잔뿌리 없이 키운 것을 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황포묵. 녹두로 만든 묵에 치잣물을 넣으면 노란 황포묵이 된다. 은근한 맛을 내는데 도움을 주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역시 고추장. 유명한 순창고추장을 사용하기도 하고 각 식당마다 고유의 방법으로 담근 장을 사용한다.
장을 살짝 볶기도 한다. 그 외에 육회, 미나리, 도라지, 고사리, 표고버섯, 오이, 당근, 계란 등이 함께 비벼지는 재료로 들어간다.
비비는 요령이 있다.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비빌 것. 조금 시간이 더 걸리긴 하겠지만 나물들이 뭉치지 않고 밥알이 깨지지 않는다.
양념도 골고루 섞인다. 전주비빔밥의 맛은 복잡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화로운 맛이라는 것이다.
말간 콩나물국으로 입 속의 복잡함을 지웠다, 썼다 햐면서 먹는 맛. 전주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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