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2)백목련은 왜 북쪽으로 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2)백목련은 왜 북쪽으로 필까

입력
2002.04.01 00:00
0 0

온 세상의 환희가 꽃 속으로 가득 들어와 피어나는 꽃.맑음과 밝음이 꽃잎에 함께 배어나 백목련 가득한 봄의 거리는 눈이 부십니다.

아주 오래도록 이 꽃나무를 보아 왔지만 매년 어김없이 설레입니다. 봄이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며 이 나무에게 이름을 불러 줄 때 주의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목련과 백목련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나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입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서로 다르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더 흔히 보며 유백색의 꽃을 피우는 것은 중국이 고향인 백목련입니다.

그냥 목련(왜 우리 목련을 앞에 그냥 이란 글자를 붙여가며 설명해야 하는지 조금은 답답합니다.)은 제주도가 고향인, 육지에도 더러 심기는 하지만 흔치 않은 나무입니다.

더 일찍 꽃이 피고, 꽃 색깔이 더 희며, 우리 이름 두고 고부시란 일본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억울한 신세의 나무이지요.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백목련의 꽃봉오리 이야기입니다.

봄이면 백목련의 겨울눈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미 지난 겨울에 만들어졌던 연한 꽃잎이 모진 추위에 얼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겨울엔 두꺼운 털코트를 입듯 회색 털이 나있는 질긴 껍질에 싸여 지내다 봄이 오고있음을 감지하고 조금씩 커지고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정말 신기한 것은 이 꽃봉오리가 대부분 북쪽을 향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침 출근길에도 피어나는 백목련 꽃봉오리를 만나셨을 터인데 이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모르셨다면 조금 부끄럽지요.

흔하디 흔한 백목련인데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어쨌든 옛 사람들은 이 꽃나무를 두고 북향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임금님이 계신 북쪽을 바라보는 충정의 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백목련은 왜 북쪽을 바라볼까요? 해바라기처럼 햇빛을 따라가는 것도 아닌데.

아주 오랫동안 궁금했던 이유를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나무에 대해 쓴 제 책에 이 원인을 알 수 없어 기초과학의 부재를 한탄한 대목도 있답니다.) 바로 햇빛 때문이랍니다.

봄 햇살이 잘 내리쬐는 남쪽 방향은 겨울눈이 더욱 빨리 자라고 또 벌어지게 되어 자연스레 북쪽을 향해 굽은 것이지요. 알고 보면 간단한 일이죠.

백목련의 꽃봉오리 방향을 눈여겨 보는 일, 혹은 백목련과 목련을 구별해 보는 일로 이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