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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치명적 혈관성 질환 전조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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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치명적 혈관성 질환 전조일수도

입력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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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때만 되면 늘 찾아오는 편두통, 너무 지긋지긋합니다. 눈이 빠져나갈 것 같은 편두통이 시작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튼을 친 어두운 방에서 고통과 싸우는 일이에요.” (20대 직장 여성 P씨)“시댁 식구들 보기가 민망해요. 겉으로는 멀쩡한 데 제사 때나 명절 때 머리 아프다고 자리에 누워 있으니까요. “ (40대 가정 주부 L씨)

■단순 두통과 다르다

편두통(migraine)은 단순 두통보다 훨씬 심각하며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한쪽 또는 양쪽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심한 경우 검은 점, 번쩍이는 듯한 빛, 터널 같은 시야, 지그재그 선 같은 갑작스런 시력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소음에 대한 과민증상을 나타내기도 하며, 어지럽거나 구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손이 저리거나 몸의 한쪽이 무감각해지는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4시간에서 72시간까지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 수는 환자마다 달라서 평생동안 한번만 일어나기도 하고, 때론 한 달에 4번 혹은 더 자주 편두통 발작을 경험하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대한두통협회 부회장)교수는 “ 세계 인구의 10~15%가 편두통을 앓고 있으며, 한국인은 400만~600만 명이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편두통은 여성에게 흔한 증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의 70%가 여성일 정도. 성인 남성의 9.2%가 편두통 환자인 반면, 성인 여성은 이보다 약 3배 많은 25.4%가 이를 앓고 있다.

■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나

정진상 교수는 “편두통이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은 여성 호르몬이 편두통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편두통은 월경 기간이나 직전, 그리고 배란기에 발생률이 높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 임신 초기 편두통 증상이 개선되거나, 폐경 후 편두통 증상이 사라지거나 혹은 악화되기도 한다. 호르몬 제제인 피임약 복용 후 편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편두통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설명은 대뇌혈관과 그것을 조절하는 신경이 관련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의 육체적 상태나 알코올, 초콜릿, 치즈 같은 특별한 음식이 대뇌혈관을 확장시키고, 확장된 대뇌혈관을 통해 혈관 주위 조직에 염증반응이 시작되면서, 편두통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혈관성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최근 고대 안산병원 신경과 박민규 교수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편두통 환자의 87.8%가 진통제 투여 외에는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민규 교수는 “혈관성 두통인 편두통은 뇌혈관계 질환이나 심혈관계, 말초혈관계 질환의 중요한 경계 신호일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대증요법으로 참고 넘어가 큰 병을 만들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1995년 미국 임상의사협의회(US Physician Health Study) 보고에 따르면, 40~84세의 편두통 환자 가운데 80%가 심장질환, 말초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45세 이하 환자의 25%는 편두통이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민규 교수는 “편두통 증상을 계속 방치하면 혈소판이 응집되고 혈관이 수축돼 뇌졸중이 발병하기 쉬운 조건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편두통은 45세 이하 여성에게 뇌졸중의 위험을 4배나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대한신경과학회지(2000년 12월)는 국내 편두통 환자의 뇌혈류 속도를 측정한 결과 편두통 환자 137명 중 61%에 해당하는 84명이 비정상적인 뇌 혈류 속도를 나타냈다고 보고하고 있다.

■흡연, 피임약 복용 삼가야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편두통 환자는 흡연이나 피임약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으며, 이러한 것들이 편두통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라고 판단될 때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알코올, 커피, 향신료 등을 삼가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고른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편두통의 유형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편두통이 언제 시작됐으며, 어느 부위가 주로 아픈지, 어느 때 심해지는지, 어떤 진통제가 효과 있는지 등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연세대의대 신경과 김승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가 아프면 즉각 진통제를 복용할 정도로 편두통을 가볍게 여기는 데에 우려를 표시하며 “혈압, 뇌 혈류검사 등을 통해 두통의 원인이 편두통인지, 스트레스성 두통인지 정확히 진단 받고 나서, 의사로부터 적절한 약물을 처방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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