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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몰래 착공' 박정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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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몰래 착공' 박정희 기념관

입력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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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사업회가 최근 서울 상암동 근린공원에 ‘박정희 기념관’을 몰래 착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다.역사적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인물에 대해 왜 이런 식으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지 우선 의문이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형식적으로는 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민간사업의 성격이다. 하지만 모금과 설계는 사업회 주도이나 국고에서 200억원이 지원되고, 서울시가 땅을 제공했다.

더구나 완공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 계획이어서 박정희 기념관은 명실상부한 공공시설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적하는 첫째 문제점은 기념관의 건립시기다. 기념관이 서울에 세워지는 공공시설이라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정립된 후에 세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그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직도 수많은 정치인들과 연관된 현실정치의 변수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그의 딸인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출마를 염두에 두고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 강압통치의 피해자들이 기를 쓰고 반대할 것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왜 하필 박정희 기념관이냐는 점이다.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에 못지않게 건국을 이룬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서라도 우리는 건국 대통령의 기념관이 당연히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몰래 기공식을 했다고 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기념사업회 측이야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 공사를 감독해야 할 서울시가 이런 식의 ‘몰래 착공’을 묵인한 것은 아닌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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