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증오의 땅'중동…이,라말라 이어 베들레헴도 점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증오의 땅'중동…이,라말라 이어 베들레헴도 점령

입력
2002.04.01 00:00
0 0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본부 점령 3일째인 31일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을 에워싼 채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순교’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유엔의 철군 요구를 무시한 채 30일 헤브론과 베이트 잘라를 공격했으며, 팔레스타인도 또다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사태는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게 테러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단단히 작심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20년 이래 최대 규모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대한 이번 군사작전이 최소 수 주 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며 군사작전을 용인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이 공격당한 29일에는 아무 소리도 않고 있다가 이튿날에야 이스라엘의 공격을 변호하면서 아라파트 수반에게 폭력 종식을 위해 행동을 더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불투명하다.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 수반의 고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심으로는 그를 추방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밤 내각회의에서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 추방을 제안했으나 노동당이 연정 탈퇴를 위협하며 반발해 라말라에 아라파트를 완전 고립시키는 선으로 물러섰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무력화 하려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라파트 수반이 과연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에게 테러를 중단토록 할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테러를 중단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도 사태의 진전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최대의 초점은 미국의 개입 정도이다. 부시 대통령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지 않는 한 아랍권의 반발로 제2단계 대 테러전인 이라크 공격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마냥 이스라엘편만을 들 경우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더 강해져 대 이라크 공격이 어려워질 것이다. 팔레스타인에는 폭력 중단을, 이스라엘에는 자제와 타협을 촉구하고 앤터니 지니 특사의 중재로 휴전회담을 갖는 것이 가장 손쉽지만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같은 형태의 정상회담도 대안이라고 중동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또 아라파트 수반에게 폭력 종식의 시한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경고하거나, 사우디 평화안을 추진하면서 아랍 국가들에게 폭력을 중단토록 압력을 가하게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아라파트 운명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말 그대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그의 집무실을 포위한 이스라엘 군에 의해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다. 외부 세계와의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에서 촛불과 치즈만으로 버티고 있는 아라파트의 운명은 오랜 정적인 이스라엘 샤론 총리의 적개심과 국제 사회의 동정 여론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는 이스라엘 군에 완전 점령된 상태. 과거 이스라엘군 사령부로 쓰여진 이 청사는 경호원 숙소와 보안기관 사무실 대회의장 등 7개 건물이 29일 새벽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군의 탱크와 헬리콥터의 포격에 의해 대부분 파괴돼 버렸다.

남아있는 건물이라고는 아라파트의 3층짜리 집무실이 유일하다. 아라파트는 2층까지 이스라엘군이 장악해 버린 이 건물의 3층 집무실에 자신의 보좌관 몇 명과 갇혀 있다.

전기와 식수 공급은 모두 끊겼다. 식량과 의약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아라파트는 외부 반입이 허용된 치즈와 빵으로 연명하고 있는 신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화를 통해 국제 사회에 도움을 호소하는 일뿐이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아라파트는 30일 CNN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격렬하게 비난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등 극도의 분노감을 보이기도 했다.

아라파트의 운명은 전적으로 ‘샤론의 선택’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샤론 총리가 어떤 식이든 아라파트를 협상 테이블의 파트너로 끌고 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상징적 지도자인 그를 체포하거나 해치는 것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도 29일 한 인터뷰에서 샤론 총리의 의도는 아라파트를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번 고립작전이 한때 사임설까지 나도는 등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던 아라파트가 핍박받는 ‘순교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더없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이 아랍권의 전례없는 단결을 이끌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을 통해 아라파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여고생까지 자폭테러

“팔레스타인 소녀들이 홀로 투쟁하는 것을 보면서도 잠자고 있는 아랍 전사들을 대신해 싸우러 나섭니다.”

이스라엘군이 아말라시를 점령한 직후인 29일 오후 예루살렘 남서부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주인공은 18세의 팔레스타인 여고생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월 예루살렘 중심가와 2월 말 요르단강 서안 이스라엘 도로 검문소에서 일어난 여대생 자폭에 이어 팔레스타인 여성의 자살 테러로는 세 번째다.

과격 무장조직인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소속으로 이름이 아야트 아크라스인 이 소녀는 테러 직전까지 졸업 시험 준비에 열심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게다가 올해 여름엔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폭 테러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슈퍼마켓의 이스라엘인 경비원을 숨지게 하고 20여 명을 다치게 할 줄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테러 당일 아침 베들레헴 데이셰 난민촌 거리에서 인사 나눈 친구는 물론 그의 가족조차 그가 폭탄 테러범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약혼자 역시 전날 밤 난민촌 아크라스의 집에서 둘이 만나 졸업시험 이야기 등을 도란도란 나눴을 뿐이다.

아크라스는 이날 CNN 방송이 입수해 공개한 비디오에서 “인티파다(봉기)는 승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또박또박 성명서를 읽어내려 갔다. 그는 무기력한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조소하며 지하드(성전)의 결의를 다지는 굳은 전사로 변해 있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국제사회"이軍 철수하라"

30일과 31일 이스라엘 군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점령지를 확대하자 팔레스타인측의 자살 테러 등 반격이 잇따르면서 이스라엘 전역이 극도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점령지 철수를 요구했다.

30일 저녁 텔아비브의 번화가인 알렌비 거리의 한 카페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 범인이 그자리에서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6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에 앞서 29일 오후에는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여고생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 3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부상했으며 이날 오전 가자지구 네차림 정착지에서도 지하드 조직원이 유대인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사살당했다.

한편, 탱크와 중화기를 앞세운 이스라엘 군은 라말라, 베들레헴 등 점령 지역을 넓히면서 주민 수천 명을 한데 모아놓고 테러범 분류작업을 벌였다. 이스라엘 군은 라말라에서만 파타 운동의 사크헤르 하바시 정치위원 등 145명을 체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점령군의 수색에 반발해 곳곳에서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총격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오전에는 나블루스 인근의 사이다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의 가택수색 도중 지하드 조직원 아메드 아자지(22)와 그의 삼촌 아즈미 아자지(30)가 사살됐다.

사태가 악화하자 유엔은 29일 밤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 이스라엘 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5개 회원국 중 미국을 포함한 14개국이 찬성한 30일 결의안에서 안보리는 “이_팔 양측이 의미 있는 휴전 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과 이스라엘 군은 라말라 등 점령지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유월절까지 결의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겠다”고만 밝혀 사실상 무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0일 이_팔 모두의 자제를 요청한데 비해,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 각국은 이스라엘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현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파괴해도 얻을 것이 없으며 지역의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반이스라엘 시위도 줄을 이었다. 30일 파리 베를린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각각 수천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프랑스 리옹에서는 유대교 사원이 차량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 레바논 리비야 예멘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시리아 쿠웨이트 등 거의 모든 아랍권 국가의 주요도시에서는 수천~수만 명의 시위대가 “샤론 총리는 1급 테러분자” “아라파트 포위는 전체 아랍세계 포위와 마찬가지”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