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봄, 일어서다.
국립극장을 지나
성베네딕도수도원 가는 길 왼편
비 소식이 없는 데도
키 큰 나무들 젖고 있다.
쏟아지는 햇살에, 풀이 일어서고
공기가 일어서고
키 작은 나무들은 놀라
온몸에 눈을 뜨고 있다.
백태(白苔)가 벗겨지듯
하늘이 벗겨진
텅 비었던 바람의 집에
생명들 춤추고 있다.
(함께 추실까요?)
유혹에 못 이긴 척 꿈틀꿈틀
시들은 내 몸도 한번 일으켜 볼까.
■시인의 말
“회춘이란, 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개나리나 목련, 벚꽃 같이 잎보다 먼저 피는 그 화려한 꽃에서 보다는, 숲속의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의 그 간지럼 때문에 마른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여린 싹에서 나는 오히려 삶에 대한 강한 충동과 유혹을 받는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의 내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은 날 아닌가.”
■약력
▦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 ‘문학춘추’ 신인작품 모집에 당선
▦ 문공부 신인예술상,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수상
▦ 시집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새벽달처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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