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만나고 헤어질 때, 떠나는 사람 붙잡는 것처럼 구차한 게 없다. 죽자 살자 바지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면 마음을 돌릴 것 같지만 상대는 오히려 떠나려는 결심을 더 굳히게 된다. 최근 시장을 보면, 떠나는 사람 바지 가랑이 질기게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일례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무려 9일째 연속 들어오며, 향후 청산되어야 할 매수차익잔고가 1조2,000억원에 이르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4월 주식시장은 ‘잔인한 4월’이라는 비유처럼, 중기적인 측면에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증시가 6개월 동안 무섭게 돌진했다. 증시가 돌진하면 할수록 위험 인식 경향이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수출은 12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2월엔 수출용 원자재 및 자본재 수입 격감에 따라 수입이 17.8%나 감소, 수출 경기 향방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플레 등 새로운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3월 소비자 물가는 유가 및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전월보다 0.6% 급등했다(계절조정치). 이는 지난 2월의 0.5%에 비해 오히려 늘어난 것이며, 전월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나아가 올들어 30%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측면에서 점차 한국은행의 정책기조 선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2분기 중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금리인상 조짐은 결국 성장 추진력이 내수에서 외수로 옮겨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금리인상은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주식시장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
종목별로는 금리에 민감한 금융주와 임의적인 소비지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 그리고 원재료 관련주들은 특히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6개월 연속 가파르게 오른 현 시점에서 주식투자를 통한 기대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많지 않아, 주식과 예금 경쟁력의 역전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불안한 4월이다.
정동희(AntiView.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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