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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출범1년으로 본 현주소 / 금융지주회사 체제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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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출범1년으로 본 현주소 / 금융지주회사 체제 급물살

입력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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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산업이 대형화와 겸업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주회사’ 중심체제로 급속 재편될 조짐이다. 정부 주도의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출범 1주년(2일)을 계기로 본격적 영토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발 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지난해 9월 순수 민간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신한은행은 프랑스 최대의 금융그룹 BNP파리바와 손잡고 자회사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40대 행장이 사령탑에 앉은 조흥은행도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전략기획단을 구성,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과 외환 등 주요 은행들도 머지않아 이 대열에 가세할 태세다.

▲ 금융지주회사, 대세인가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발족 당시만 해도 “부실의 덩치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1년 만에 통합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한빛ㆍ평화ㆍ광주ㆍ경남은행과 하나로종금 등 5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출범했다.

그룹 발족 이후 계열 은행(한빛ㆍ평화) 간 합병이 성공리에 이뤄졌고 신용카드 부문은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됐으며, 모든 자회사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자산관리회사(AMC)도 설립됐다.

맏형 격인 한빛은행만 해도 2000년 3조64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7,129억원의 흑자로 돌아서며 영업실적이 무려 3조7,000여억원 늘어났으며, AMC를 통해 부실도 상당부분 털어냈다. 2000년 14.04%에 이르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지난해엔 2.06%로 낮아졌다.

신한지주회사 역시 주가가 지난해 출범 후 첫 거래일(9월10일) 1만1,300원에서 29일 현재 1만7,200원대로 50%나 상승,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의 재편에 미친 파급을 보면 금융지주회사 실험은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우리금융 윤병철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금융상품의 유통(은행)과 생산(증권ㆍ투신ㆍ보험회사 등) ‘겸업화’는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금융이 한국 금융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선도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남은 과제

지주회사 시스템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리금융의 경우 당장 자회사간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금융은 6월 말까지 은행부문의 통합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경남ㆍ광주 등 지방은행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두 은행은 각각의 지역에서 독립법인을 유지하기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착수한 상태.

지주회사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씻기 위해선 법과 제도를 비롯한 금융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자회사의 경영실적을 한 데 합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연결납세제도와 자회사간 고객정보(데이터베이스) 공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하기 위한 동일인 주식보유한도의 상향조정(4%→10%), 자회사간 통폐합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소규모 주식교환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은행 및 보험의 겸업체제)가 2003년에 도입되는 등 금융상품 교차판매에 대한 제한이 철폐되는 추세”라며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을 선진화하려면 제도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키워드 / 금융지주회사

금융지주회사는 주식 소유를 통해 금융기관의 구조를 ▦전반적인 경영전략 수립 및 감독기능을 맡는 지주회사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자회사로 이원화하는 체제. 은행 외에도 보험, 증권, 투신, 카드, 할부금융, IT 등 각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종합금융 그룹화’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합병과 다르다.

모든 자회사 상품의 ‘교차판매(Cross-Selling)’가 원활히 이뤄져 고객 입장에선 은행 창구 한 곳만 찾아도 여러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뱅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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