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은 스페인 전지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7일 이례적으로 취재진을 숙소로 초청했다.체력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국선수들의 체력수준이 기대치의 반밖에 안 된다.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어떤 전술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축구의 키워드인 경기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바로 체력이라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위해 네덜란드 대표팀이 했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체력훈련의 효과에 대해 “당시 네덜란드는 후반에 주로 골을 많이 넣었다. 상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간대에도 네덜란드 선수들의 체력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체력훈련은 단순히 90분 내내 뛸만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최고 60분 정도를 뛸 수 있는 체력과 회복시간(recovery time)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90분 내내 뛰지는 않는다. 걷거나 가볍게 달리거나 방향을 수시로 바꾼다는 사실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 방식이다. 선수들은 새로운 체력훈련 방법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럼에도 체력훈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여러 훈련 중 우선순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체력훈련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전술훈련과 조직력 다듬기에 대한 비중이 낮아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인정했다.
한 국내 감독은 “지난 해 선수테스트에 시간을 지나치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다시 체력에 지나치게 얽매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체력 위주로 선수를 구성한다면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회 직전까지 체력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다 보면 정작 경기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태 명지대 감독은 북중미 골드컵 직전 상황을 예로 들며 “대회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체력훈련 강도를 높이는 건 금물이라는 게 지도자들의 경험칙”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20일 핀란드전이 끝난 뒤 “한국이 2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후반 20분 이후 핀란드를 체력에서 압도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27일 터키전 후 후반 집중력 저하를 의식한 듯 “체력훈련의 성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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