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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 7층에 있네"

입력
200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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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신축한 서울 송파구의 M빌딩. 약국이 7층에 위치해 있지만 간판은 찾아볼 수가 없다.이 건물 엘리베이트안에 ‘약국은 7층에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을 뿐이다. 이 약국의 위와 아래층(4~8층)에는 내과 피부과 등 5개 의원이 성업 중이다.

병ㆍ의원에 인접한 고층약국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은 1층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고층약국은 병ㆍ의원과 약국간 담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비싼 약 처방, 약품 오ㆍ남용 등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9일 서울 노원구에 따르면 지역내에 의약분업 이후 2층 이상 층에 개설된 약국은 무려 26곳. 지난 1년6개월간 98개 약국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4곳 중 1곳은 고층약국인 셈이다.

또 서울시내 신설약국 10곳 중 한곳이상이 고층약국으로 추정된다.

특히 강남지역권에서는 4~5개 병ㆍ의원을 끼고 4층 이상에 자리잡아 사실상 과거 병ㆍ의원의 조제실이나 다름없는 고층약국도 등장하고 있다. 의원의 처방전 조제 외에 외부손님에 대한 일반약 판매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대한 약사회 관계자는 “고층약국 붐은 병ㆍ의원과 담합이 전제되지 않고는 생길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일반인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 제약이나 약국간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 부작용을 안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사무국장 관계자는 “고층약국은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약사법 체계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담합에 따른 서비스의 질 저하 등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 병ㆍ의원의 처방전이 한 약국에 70%이상 집중된 곳이 3,000여 곳을 넘는 것으로 보고, 담합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층약국이 환자의 불편을 줄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기는 하다”면서 “금명간 담합여부를 판정할 처방전 집중도 범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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