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체들이 대지비(땅값)와 건축비를 턱없이 부풀리는 방식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분양가 거품현상은 특히 강남 등 인기지역 일수록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지역 3차 동시분양에서 강남에 S아파트를 분양하는 모 건설사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살펴보면 이 업체가 매입한 땅값과 공고상에 나온 대지비 사이에는 164억원의 차이가 난다.
이 업체는 대지를 평당 1,700만원씩 모두 141억원에 매입했으나 입주자 모집공고에서는 대지비를 306억원(총분양면적X평당대지비)으로 크게 높여 발표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가 짓는 S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 모집공고 상 대지비는 1,191억. 하지만 이 업체가 지난해 대한주택공사 공개입찰을 통해 이 땅을 매입한 금액은 825억원으로 차액이 366억여원에 이른다.
건축비도 거품이 심하기는 마찬가지. 강남 C 아파트의 모집공고상 평당 건축비는 827만원으로 통상 대형 건설업체의 재건축 단지 평당 건축비(244만원)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입찰에서 참여업체들이 제시한 공사비는 적정이윤이 반영된 실제 공사비라며 이를 감안할 때 신규 분양아파트 건축비는 크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공사비는 직접공사비(건축ㆍ토목ㆍ조경 등)와 간접공사비(철거ㆍ분양제경비ㆍ이윤3% 등), 무이자 이주비 금융비용, 마감재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강남 S아파트의 경우도 총건축비는 입주자 모집공고상 737억원. 하지만 비슷한 연건평을 가진 고덕시영아파트의 경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제출된 대형 4개 건설업체의 평균 평당 건축비 244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320억원에 불과하다. 건축비에서만 416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건축비는 강남권 등 인기지역일수록 턱없이 높게 책정해 분양가를 올려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S건설이 지난해 서초구에 공급한 40평형대 아파트의 평당건축비는 565만원으로 이 회사가 동대문구에 공급한 40평형대 아파트(378만원)보다 평당 187만원이나 높게 책정됐다.
같은 서울지역에서 비슷한 자재를 사용해 짓는 아파트의 건축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거품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대지비ㆍ건축비를 부풀려 땅투기에 버금가는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어렵게 조성된 주택시장 활황 분위기를 업체들이 한건주의 발상으로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