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원과 전 국무총리의 아들, 대학 교수, 사업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고교 또는 대학교 동창관계로 일부는 동종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들은 검찰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반발,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불감증을 실감케 했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정선태·鄭善太 부장검사)는 29일 평민당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권헌성(權憲成·44) 국제평화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전 총리의 아들인 모 컨설팅 회사 대표 박종규(44)씨, 강병석(姜炳碩·50) 홍익대 미대 교수 등 4명을 구속하고, 사진작가 이모(52)씨와 록그룹 출신 가수 류모(33)씨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주거지에서 대마 1.4㎏과 대마종자 및 껍질 11.3㎏을 압수한데 이어 공범으로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인 모 학교재단 부이사장 이모(44)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권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서 두 차례 박씨와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데 이어 이 달 16일에도 대전 유성구 모 호텔 주차장과 고속도로에서 박씨 등과 함께 대마초를 나눠 핀 혐의다.
권 이사장은 1998년 5월에도 대마초를 흡연했다가 인천지검 강력부에 적발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으며, 강 교수도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마초를 흡연한데 이어 최근까지 대마초를 소지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범죄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 무슨 범죄냐”며 강하게 반발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명문교 출신의 해외유학파로 해외에서 처음 대마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 이사장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프린스턴 대학과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까지 졸업한 화려한 학력의 소유자이며 강 교수도 이탈리아 유학파다.
이 때문에 이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피도록 돼있는 대마초를 왜 우리나라에서는 금지하고 있느냐”고 반발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 마약법 체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마초 흡연 합법론이 자칫 마약류 급속확산의 빌미로 작용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마초는 히로뽕 등 주로 외국에서 유입되는 합성마약과 달리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1g당 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상용인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마약류관리법 위반혐의로 교도소 및 구치소에 수감중인 5,800여명 중 30%인 1,700여명이 대마초 흡연자일 정도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등 마약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일부국가의 예를 국내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위험천만한 것”이라며 “사회지도층 인사가 이런 인식을 보이는데 ‘엑스타시가 무슨 마약이냐’는 청소년층의 항변에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밝혔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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