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검증론은 색깔론 아니다"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29일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이념 공세를 강화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진정으로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는 경남 8개 지구당을 순방하면서 “노동자, 농민의 불평 불만을 이끌어내 대중을 선동하는 인기영합의 정치를 편다면 나라가 송두리째 몰락하게 된다”며 노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선장이 키의 방향을 왼쪽으로 1도만 돌려도 배의 운명은 달라진다”며 “불법파업 현장에 가서 노동자를 달콤하게 유혹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외국 기업인이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색깔론이란 냉전시대 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빨갱이가 아닌데도 빨갛다고 뒤집어 씌우는 등 용공시비를 거는 것이지만 후보들의 사회ㆍ경제 정책을 정확히 검증하자는 것은 색깔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재벌 가족들의 주식을 노동자에게 나눠주자는 것은 유럽 좌파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너무나 좌파적 주장”이라며 “옛날 공산당은 노동자ㆍ 농민의 세상을 만들자고 했지만 모두 거지를 만들고 문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새로운 중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 노선 등을 거론하며 ‘중도개혁’ 노선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영남후보론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김윤환(金潤煥)씨를 가장 열심히 만나고 다닌 사람이 누구인지 알 고 있다”며 노 후보의 ‘정계개편’ 발언의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노 후보는 이날부터 선거 유세 방식을 바꿔 점퍼 차림으로 승합차를 타고 지구당을 순방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노무현 "기업에 적대적이지 않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9일 전북과 경남 지역 지구당을 순회하며 “색깔론은 민주당에게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이인제 후보의 색깔론, 음모론 공세를 차단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노 후보는 이날 이 후보의 공세를 정면으로 받아 치기보다는 “내 지지율이 올라 김대중 대통령 임기 후반이 안정되고 있다”는 주장을 주로 해, 자신에 대한 민주당 내 지지를 안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노 후보는 또 “경선에 돌아온 이 후보를 격려도 해줘야겠지만 한번 혼도 좀 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원은 색깔 얘기만 나오면 치가 떨리는데 아주 섭섭하다”며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김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아무 근거가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 후보는 보수계층을 노려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지만 고학력, 상위 중산층일수록 내 지지율이 높다”며 “이 후보의 색깔론 공세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노 후보는 대의원들로부터 정계개편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평소지론인 정계개편론에 대해 공격 받으니 수세적 입장에서 해명만 하게 된다”며 “경선 과정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게 돼 일단은 언급을 자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후보는 KBS방송국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이 후보가 문제 삼은 1988년 국회 대정부 질문과 관련, “당시 권력이 국제상사를 해체해 한일그룹에 특혜분배를 한 데 대해 정권이 재벌을 주무른다면 (주식을) 부자들에게 주지 말고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라는 비유적 야유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매일경제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내가 기업 CEO들이 가장 선호한 대선후보로 나타났다”면서 “나는 기업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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