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방북 수락을 전후로 대미, 대일 대화재개 신호를 보냄에 따라 그간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대결상황을 대화국면으로 바꾸기 위한 한미 양국의 정책 조율이 밀도있게 진행되고 있다.29일 임 특보와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의 조찬회동은 이러한 막바지 조율작업이고, 대북 논의의 우선 순위를 확정하는 자리였다.
한미 양국은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조심스런 낙관’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김대중 (金大中)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대화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실무진은 “북미대화 재개를 성급히 기대할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진단했다.
당국자들은 북미가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접촉을 유지키로 한 20일 뉴욕 접촉을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에 더해 북한이 자신들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사안인 일본인 실종자 문제를 논의할 대화 창구를 개방한 대목도 현 상황을 한결 부드럽게 했다. 이에 발맞춰 미측은 28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대북대화 제스춰를 보냈다.
29일 임 특보와 허바드 대사간의 대북정책 조율 내용은 급류를 타는 현 대화 분위기를 전면 확대하고, 대화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당국자는 “이날 회동은 동맹국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혀, 모든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관측통들은 임 특보가 북한 유일의 정책결정권자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직접 상대하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과 다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북한 침공 가능성을 배제한 채 대화의지를 천명한 부시 미 대통령의 서울 발언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은 특사방북 성패를 가를 시금석이 될 듯하다.
한미양국은 대화 재개 자체 못지않게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폭발성을 제거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위기론의 진원지인 북한 핵 사찰, 미사일 수출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는 북미대화의 지속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수로 주요부품이 예정대로 북한 경수로 부지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부터는 영변 핵시설 사찰이 개시돼야 하고, 북측의 미사일 수출도 당장 중지돼야 한다는 한미양국의 입장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측의 포괄적 협상에 대한 북측의 구상도 함께 자연스럽게 개진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미 양국은 특사 방북 후 ‘남북대화 진전, 북미대화 정체’라는 엇갈리는 국면이 조성될 경우의 대처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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